새해를 맞는 마음이 조금 착잡하다. 세월의 무상함을 되씹기도 전에 부음 한 장이 전해졌다. 한 인간에 관한 마지막 전갈이다. 새해를 맞는 것은, 기쁨보다 무엇인가 주저하고 망설이는 이의 표정처럼 나 스스로가 애처롭게 보인다. 결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허무 때문이 아닌,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잡다한 상념 때문이다. 새해를 맞는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우리는 기쁨이나 희망의 미래 지향적인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인생의 덧없음이나 좌절의 감정에 빠질 수도 있다. 새로운 꿈이나 이상을 설계할 때 새해는 손꼽아 기다리던 열려진 시간이 된다. 그러나 새해라는 하나의 마디를 풀어 버리고 잴 수 없는 과거에서부터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미래까지의 시간 선상에 하나의 흑점으로 존재한다고 스스로를 의식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