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흑점이 커지던 날, 바람이 사라졌다 내가 도달한 다른 우주의 문은 찬바람이 걸어간 산길이었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걸어 나는 지구 몸속의 다른 별에 들어섰다 내 몸속에 내가 모르는 다른 우주가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것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화창하게 갠 날이 저녁 가까이 날고, 수많은 물고기 뼈들이 공중을 헤엄치며 아무 데서나 사랑을 나누었다 내가 셈할 수 있는 인간의 시간 아득한 저편으로부터 별의 여자들은 내내 이곳에서 살아왔다 잇꽃빛 번지는 노을 속에 여자가 그늘을 묻는다 여자의 푸른 유방에서 죽은 별들이 흘러나왔다 여자가 텅 빈 우주를 자궁 속에서 꺼낸다 지구 표면으로 통하는 모든 문 위에 붉은 부적을 걸고 싶은 날, 내 몸에 묻어온 독기에 찔려 여자의 손이 자꾸 허공을 짚는다 둥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