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에선 사람이 죽으면 바람에 묻는다 그건 섬의 풍토병 같은 내력이어서 여자는 바다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비의 아이를 박주가리 씨앗처럼 품은 채 바람에 묻혔다 은행나무가 여자의 무덤이며 묘비명이었다 남은 여자들이 제 주검을 보듯 길게 울다 돌아갔다, 섬에서 여자가 죽으면 살아서 뜨겁고 애달팠던 곳이 먼저 젖는다 바람은 젖어 있는 것부터 시나브로 말린다 소금에 간이 밴 깊이를 모두 말려 눈물의 뿌리가 마른 우물처럼 바닥을 드러내면 영혼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 바람의 법이다 하루 두 번 물마루 끝이 어물어물 붉어지고 꼭 쥐고 있던 바람의 손아귀가 스르르 풀리면 섬은 귀를 열고 듣는다, 먼 바다에서 들려오는 돌아오지 않는 아비들의 빈 배가 웅웅 우는 소리를 죽은 여자는 그 소리에 기대어 바람 몰래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