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로부터의 단상 (배경음악/David Pena Dorantes - Orobroy)
이유도 없이 엄습하는 ― 1964. 1. 18. 그러나 끝났다. 왜 끝났는지는 나도 몰라. 아무와도 나는 완전히, 절대로, 또 지속적으로 공감을 나눌 수 없는 모양이다. 결별은 돌연 이유도 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어느 감정인 것 같다. 나 자신으로 파고 들어가고 나를 이룰 계절이 온 셈인가? 소시민적 일요일 ― 1964. 1. 19. 권태와 어느 안정감 ― 소시민성 속에 자기를 고정시키려는 의도와, 또 그 의도의 무용함과 번거로움을 의식하는 데서 오는 텅 빈 공허감이 내 가슴을 찬 바람 불 듯 지나간다. 감정도 애증도 다 멀어진 느낌. 가정, 직장, 나, 국가, 사회...... 이런 단어들이 아무 연결도 없이 내 머리를 지나갔다. 시간의 풍화 작용― 1964. 1. 19. 결별은 쉬운 일. 그러나 그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