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 송이 핍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꽃이니
우리들 마음은 마냥 들꽃 이로다
뉘 꽃이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이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꺽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어서 사노니
내버려 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