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물 속의 집 / 장 경림

ivre 2013. 4. 22. 09:24

냇물 속에 집이 있다.

냇물 속의 집은 물풀에 쌓여 아늑하고

잘 씻은 자갈 위에 기초 놓아

튼튼해 보였다. 그리고

어질고 순한 꽃게와 송사리떼가

물속의 집을 들날락거렸다.

언제나 나는 ... 물 ...

속의 집에 가고 싶었다. 그

집에 들어가 밀린 때가 굳은

등짝을 밀고 싶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바짓단을 무릎까지 걷고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문을 연다. 물의 고리를 잡고

문을 연다. 열리지 않는다

문도. 물도. 도무지

열리지 않는다. 어리석은

심사에는 내가 열려는 문고리가

물에 실려 자꾸 떠내려가는 듯이

보였다. 아니면

출렁이며 물무늬가 생기는 만큼

열어야 할 문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못다 연다는 것일까. 또는

물속의 집 속에도

왼쪽 목에 무서운 칼집을 가진

나와 같은 한 불행한 청년이 있어

내가 당기는 문을 맞잡고

물속의 문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인가.



언제나 나는. 갈 수 없는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고

집은 점점 붉게 흐린 황혼 속으로 깊어졌다.

그리고 연꽃송이가 불타오르듯

하나. 둘,

물 밑에서부터

별들이 돋아났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물속에 잠겨 있던 집이

수천 허공을 가로질러

앞산 중턱에 날아가 박혔다.

험한 산.

아궁이 지피는 불쏘시개같이

끝이 까만 나무들이 우뚝우뚝 솟은 산중턱에

물속의 집이 있었다.

아, 모든 건 환영이었구나!

나는 무안해서

물에 젖은 발목을 마른 흙에

비벼 닦았다.



갑자기 그 집에서 울리는 듯한

개짖는 소리가 이오처럼 들렸고

밥타는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끌어당겼다.

그렇습니다.

나르시스가 살러 간 것같이

우리가 물속에 집 지을 수는 없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