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바람의 등을 보았다 / (바람의 등을 보았다/창비) 김윤배

ivre 2024. 10. 29. 14:31

 

Akejandro Filio & Leon Gieco - Un Precio

 

모든 지명은 바람의 영토였다

한 지명이 쓸쓸한 모습으로 낡아 가거나 

새롭게 태어 난다 하더라도 

세상의 지명은 바람의 품 안에 있었다

지명은 바람의 방향으로 생명의 길을 갔다

비람이 가소 싶은 곳, 그러나 갈 수 없는 곳이 있었다 

바람의 등이였다

바람의 등은 바람의 영토가 아니였다 

몸이였다 몸은 닿을 수 없는 오지였다 

바람의 들은 온갖 지명에 긁혀 상처투성이였다

바람의 등은 상처 아무는 신음소리로 펄럭였다

나는 내 등능 보지 못했다 등은 쓸쓸히 낡아갔을 것이고 

홀로 불밝혀 기다렸을 것이다 

내 몸의 오지 였던 등을 어루만지던 손길이

슬픔으로 출렁이던 기억이 있다

펄럭이지 않던 등, 

상처를 드러내지 못하던 등으로 꽂히던 말의 화살이 있었고

등을 타고 넘던 숨소리가 있기는 햇다. 

내 등이 세상이 모든 소리들이 서러운 문양으로 

새겨져 있을 것이지만 등은 영원히 

가둘 수 없는 내 몸속의 오지였다 

살아서는 닿을 수 없는 

지명은 날마다 밤마다에 불빛을 쏟는다

대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뤼두르는 채칙으로 깊게 파인다

지명이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오랫도안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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