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오래전에 썼던 편지 중에서 삽입음악은 (Scoobie Do - Namorada do Vento(FREETEMPO echoed mix) 입니다.

ivre 2011. 5. 26. 16:20


오늘밤은 편지를 쓰겠습니다
사신이 귀해진 지금의 세태에선 못견디게 편지의 향수가 치받곤 합니다. 오늘의 남은 시간 동안 아니 동이 트기 전까지 나는 편지를 쓸지도 모르겟으며 이를 당신에게 띄워 보내겠습니다.
내 자신의 영혼의 거주지와 얼마 멀지 않은 번지수에 당신은 사시니까요. 어쪄면 동일한 번지에서 당신과 내가, 아니지요 당신의 영혼과 나의 영혼이 말수도 별로 없이 아주 소박하게 함께 지낼듯합니다.

지금 시각은 정확히 세시 오십 삼분 막 감아 빗은 머리가 축축하니 살갗에 냉기를 적십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보이지 않는 시간에 얹혀 와서 천천히 나의 모발을 말려 줄것이고 그때쯤엔 나의 편지도 끝인사에 접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칠흑같이 어둡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시간 입니다
날마다의 밤을 마지막 밤처럼 유감하게 맞고 보냅니다. 마음속에 뿜어 오르는 말도 매일 매시 최후의 언어인양 피에 적셔 치러내게만 합니다.
마치도 벼랑에서 투신을 결단하듯이, 또는 지상에서 하늘에의 비상을 재량 하듯이 이 모두가 내게선 결정적이고 절대 적입니다 보다 더 심부의 언어일수록 묵언으로 말합니다 그러면서 밤의 강물에 실려 보낸 하고 많은 말들을 나는 소실의 성질로 로써 기억 하지 않습니다
내밀의 사변 들이 이랑져서 흘러가는 그 유역엔 누군가가 살고 있고 그 주소가 아마도 당신의 것일 것일듯 합니다

밤은 한껏 깊어 졌습니다
밤도 깊고 깊어져 검은 늪의 한가운데 와 있습니다 하건만 모든 절기에 균등히 나눠 주시는 계절의 단맛은 지금 이 시간이라고 해서 결코 희박해 진건 아닙니다
천후의 하루가 아름답습니다
모든건 충격을 동반한 미 입니다 생명의 감응은 하나같이 충격을 데려오며 어느 의미의 아픔과 함께 옵니다. 다만 이때의 아픔은 생명의 자양을 배제 하고 있는게 아니며 오히려 사념의 양분, 음미의 양분을 머금어 있습니다.

가장 슬픈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믿음에 기대어 시를 쓴다고 말하는 시인도 있습니다 슬픔에 깃드리는 은총, 고통에도 깃드리는 은총에 대하여 이를 묵상할줄 모른다면 그밖의 어떤 의미도 찾아내지 못할줄로 여깁니다 나 역시도 나이 마흔일곱이 다 되서야 이 생각에 눈뜨게 되었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람은 내면의 성숙을 탐냅니다
침잠하여 심연의 가락들을 잘 조율하고 싶고, 저심의 금선으로 부터 유려한 가락들을 울려 내고자 합니다 하지만 더큰 어려움이 가로 막습니다 골수에 입고 있는 부상과도 같이 은밀히 피 흘리게 되는 삶의 갖가지 어려움들.
정말 그렇더군요
멋대로 굶주리고 제멋대로 슬픔을 타는일, 남들이 다 잠자는 심야에 공연히 사유의 실타래를 헝클어 놓고 무려한 열 손까락으로 도저히 수습을 못한다고 지룰이며 빌어먹을이며 탄식하는 일
자아란 사실 엄청나게 과중한 부담 입니다 더더구나 그냥 살아 가면 되는게 아니고 창작하며 살아야 하는 점에 삶의 신산은 있고도 남을 바라 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원합니다
기름이 마르지 않는 두뇌와 선혈이 범람하는 가슴을 원합니다
땀이 내배는 두 손을 원합니다
사랑은 시시각각 죽는 일 입니다.
분산 없는 통어로써 불타고 투신 하는 그것이 아니면 사적의 과녁을 도저히 맞힐 수 없습니다
황황히 빛을 뿜는 촛불도 스스로의 촉신을 줄여서만이 그만큼의 불과 빛을 얻어 누리며 지상을 불 밝히던 그 빛, 하늘에 회생할 수 있을듯 합니다.
사람인들 이 원리에 벗어 나지 못하겠지요
사람이고 싶으면 기필고 사람이고 말리라는 의지로 다져져야 합니다 겁없이 불에 구이며 거퍼 몇번이라도 불의 제련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모발도 곤두서는 불이 무섬증은 이것을 어찌 표현 해야만 하겠습니까.

지금 나는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내 심정의 갖가지의 소용돌이는 뭉쳐 터질듯 합니다 지랄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머리속을 회전하는 심야의 교향악 때문에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감동의 격류를 타고 떠내려 가는 이 사내.
그렇습니다
한밤의 음악은 전령의 전율일때가 흔히 있습니다 헤드폰으로 음향관제를 하면서 최대한의 불륨으로 듣기도 합니다 결전장의 무사처럼 뭔가 숨을 죽이게 되는 숙연감. 정말 그렇군요
절대 절명의 대결에 나 자신을 던져 놓고 있습니다
혼신의 발열 입니다 긴장과 고통의 즙인 땀이 내 배고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라도 안긴듯이 포근하면서 서서히 눈물도 흐릅니다 불현듯 내 마음은 붐비는 축제처럼 소란스런 희열로 충만해져 있습니다
현실의 절망을 뛰어 넘어 초현실의 위안을 찾아낸 사람과도 같습니다
이처럼 절실하고 감미로울수가 다시 없을 미묘한 감개가 선단(仙丹) 처럼 내 심연에 향을 입힙니다
말로는 못나타낼 충실을, 구태여 표현 한다면 운명의 파괴인 그 인식으로서 지금에야 말로 내 존재의 모든 출구를 할짝 열어 젖힙니다

영혼의 오랜 친숙으로 하여 이럴 때 맨 먼저 그 이름을 짚어내게 되는 그 사람이여.
모든 혼미에서 손을 가르고 상명한 겨울 새벽에 간절히 맞이 하는 은빛의 유한 광채인 당신, 설렘을 누르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또한 조심스럽게 매우 아끼면서 이 응감에 좌정 합니다
아아 나는 기쁩니다.
기쁨을 꿈꾼지 오랜날에 비로서 기쁘게 된 그 마음이라고 말씀 드릴까요? 분발과 좌절의 되풀이가 얼마나 뼈저린 인간사의 실감인가를 매우 잘 알게된 이즈음에 이 어인 빛떨기 들입니까


 
전의식으로 염원하고 갈구했던 일이 실현을 갑자기 맞이 한다면 사람이 얼마나 놀랍겟습니까
친구여.
바로 이와 같은 경탄의 상을 공손히 당신앞에 차려드리고 싶습니다 내 심연이 어둑한 물여울을 타고 흐르는 거기, 나의 영혼이 머무는 그 집에서 만나게 될, 그대가 바로 그 사람임에 어째도 내 마지막 땅을 내어 드릴 밖에 없습니다
어둑한 촉광아래 닦고 닦아온 작은 오성의 피로한 광채로써 확신하게 된 그대
밤이 깊도록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은 5시 38분 이군요
계속 편지를 쓸 참입니다

아아.. 이럴때 정말이지 시인이 되기를 꿈꿉니다. 진짜의 옥과 같은 진짜의 시인을 꿈꿉니다
영혼과 영혼사이의 토명한 무선 전신을 방불하는 이 바람결을 이 밤 나의 편지에도 풍족히 곁들이어 당신께 보내 드립니다
아.. 동이 터 오는것 같습니다 밖의 고추모종이 보이는걸로 봐서 분명히 동이 튼듯합니다

하루가 시작 되는 순결한 첫시간에 나의 편지를 끝맺겠습니다
당신의 이름 석자를 적고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작은 글씨로 씁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