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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김원중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 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며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쟁이 목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손까락 사이에 낀 아침 / Musa Dieng Kala - Kalamune

들길 너머 양지뜸에 움막 하나 짓고 똘똘한 삽살개 한 놈 데불고 싶다 혹 모르는 손 찾아와도 너는 짖지 말아라 이젠 헛된 목청을 아껴두어야지 뜰 앞의 복사꽃 바람에 흩날리고 불현듯, 묵은 서러움이 목구멍을 간질거릴 땐 이웃집 할머니 텁텁한 농주라도 받아마시자 아아, 취한 세월은 이미 자취도 없어 봄은 또 저 혼자 열렬히 타오르다 사위겠지만 한평생 부치지 못한 편지는 모두 술잔 속에 불사르고 저 꽃 그늘 속 나비떼들의 싱싱한 꿈도 보이는 그런 봄날의 울 밑에 누워보고 싶다 가끔 바람에 꽃잎 하나 찾아와 네 소식을 물으면 그냥, 이렇게 나처럼 살고 있다 하고. 바다가 보이는 허름한 스레트집안에서 나는 이 봄을 그렇게 죽여가고 있다.   어딘가 박혀 있을  습작 중에서.. Musa Dieng Kala - Ka..

사소함에서 찾아 보세요

아마추어 사진가들 특히 "사진동호회" 분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는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멋진 풍경의 사진 맛집? 혹은 특정 시간대의 황홀한 풍경이 있는 장소? 등등... 이런 장소들을 어찌 그리도 잘 알아 내어 고가의 장비 등에 짊어 지고 새벽녘에 길을 나섭니다. 그리곤 마치 군대 사열처럼 쭉 늘어서서 하나 둘 사진기를 꺼내어 세팅을 하고 그 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일제히 같은 시간에, 같은 조리게값에, 같은 높히에, 같은 장면에 겨냥을 하고 일제히 셔터를 누룹니다.  그리곤 한호 합니다. "햐 오늘 멋진 사진" 한 장 건졌다고, 그런데 어쪄죠? 그 멋진 사진이 나만의 사진이 아니라 그곳에서 찍은 사진중에 한장에 불과 하다는겁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그 사진들 속에 넣어서 내가 찍은 사..

멍/ 이정미 / Benito Lertxundi - Askatasunaren Semeei II

이제 대수롭지 않게 넘어기기도 하지만내 몸을 꽉 깨물고 있는 푸른 멍은내가 넘긴 한 장의 달력처럼 가볍거나무거운 시간을 지나온 것이다, 생각했는데뽀쪽한 모서리에 부딪혀마음을 다친 적이 수 없이 많았으므로다치지 않으려고 몸 밖의 모서리를몸 안으로 옮겨와 뽀쪽함을 삭여 내느라내 몸이 푸르게 피는 것이겠지다친 마음이 동글어지는 것이겠지,생각도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내 몸에서 피고 지는 푸른 멍을 어루만지며너도 내 몸에다 나의 아픔을 가두기도 했겠다내 뾰족함이 너를 아프게 찔렀을 것이므로내 뾰족함이 삭고 있는 동안너도 아팟겠다, 생각해 보는 것이다서로를 너무 세게 껴안았으므로푸른 멍이 피어나는 것이다,생각해 보는 것이다.

들꽂

주인 없어 좋아라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송이 송이 핍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꽃이니우리들 마음은 마냥 들꽃 이로다 뉘 꽃이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이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꺽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어서 사노니 내버려 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동전을 뒤집으며 / 김세기 /Club 8 - What Shall We Do Next

Club 8 - What Shall We Do Next주머니를 뒤지니 동전 나온다 백원을 뒤집으니 이순신장군 나오고 오십원을 뒤집으니 벼이삭 나온다 멀거니 줄 서서 동전을 뒤집으며 앞에 선 여자 궁둥이나 훔쳐보며 동전 밖에 없어 갈 곳은 없고 갈 곳 없어 아득하여라 조정에서는 이 좋은 날 무엇을 할까 신문에 난 연쇄살인사건과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소식을 보며 북녘의 동포들은 끼니를 거른다는데 동전밖에 없는 자신도 잊은 채 울먹이는 못난 나는 얼마나 작으냐 말 한마디 큰소리로 못하고 땡볕에 서서 다보탑을 뒤집으니 십원 나온다 주머니를 뒤집으니 먼지 나오고 먼지를 뒤집으면 뭐가 나올까 생각하며 무엇이든 뒤집기만 하면 다른 것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해서 일없이 동전만 뒤집는다

달 몸살 / 이대흠 / Oystein Sevag - The Door Is Open

달 몸살 현대시학 중에서제 몸의 중심에 벌래들을 기르는 귀목 나무 아래에서아프다는것이 축복임을 안다앓는다는것은 내 안에 누군가를 키우고 있다는 것아픈 몸은 홀몸이 아니라는것잎 돋은 귀목나무 바람과 노는 걸 보며 알았다.순과 꽃 우거진 봄 언덕은 판만대장경오래 동무한 병과 함께 누워묵언의 말씀을 그 향에 취한 채달몸살을 앓는다는 한 스승을 생각했다어느새 바닷물이 몸으로 들고나서바다와 함께 화를 내고 바다와 함께 쓸쓸해 진다는 그그는 나보다 오래 앓아서 우주와 한 호흡이 되었으리라내 안에 이는 바람에 툭 하고 잎이 돋는다누군가 나에게 병든다는것을 묻는다면앓으며 살아가며 한 호흡이 되는 것이라고죽을 만큼 아프면서 끝내 사랑 하는 것이라고누군가 나에게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달 몸살이라함은 득량만 바닷가에 토굴..

니느웨를 걷는 낙타-요나에게 이경임 / Sound Of Nature I The Sea- Terry Oldfield- Hear My Plea

Sound Of Nature I The Sea- Terry Oldfield- Hear My Plea 슬픔으로 둥글게 솟아오른 내 등 위로  니느웨의 불빛들이 쏟아진다  나는 환멸의 옷깃들을 여미고  니느웨가 복제해내는 무수한 소음 속을 걸어간다  아무것도 꿈꿀 수 없는 생애란  시한부 환자의 연애처럼 불길한 것이다  멀리 내 유년의 꿈을 화장시킨 굴뚝들이  검은 연기들을 토해낸다  니느웨의 화장터는 언제나 활기차다  꿈의 사체들을 화장시키는 사람들과  꿈의 자궁에 방화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오래 전, 이 곳에서  푸른 빗살 무늬의 잎새들을  나, 흔들던 시절이 있었지  한 그루의 사원처럼  온몸의 실뿌리들을 발기시켜  니느웨의 하늘로  나, 신앙을 바치던 시절이 있었지  그러나 이제 다시는 그 신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