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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덜 어느날 / Djivan Gasparyan- Mother of Mine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얘기 말엽에 그가 물었다그런데 송 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줄었다순간 열정 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싸늘하고 비릿한 유리막 하나가 처지는 것을 보았다허둥대며 그가 말했다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영광으로 생각 하라고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는다십수년이 지나 요근래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내게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나는 저 들에 가입 되어 있다고저 바닷물결에 밀리고 있으며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이 푸르른 너무애 물들고 있으며저 바람에 선동 당하고 있다고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 있고거친 채인 ..

대낮에, 한밤에 주정뱅이들은 그렇게 허물어져 가고 있다.

비오는날 스레트 지붕 위론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다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 젊은 날 한때 머물렀던 묵호가 갑지가 떠오른다. 그곳의 하늘은 파랬다. 기억나는 모든 것은 다 파란색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마저.... 살아계실 때의 어머니의 가식 없는 웃음처럼. 내가 잠시 머물렀던 그곳은 그랬다. 한 여름 동네는 언제나 조용했고, 사건 그리고 사고.. 뭐 이런 것들이 낯설었을 정도로 마을은 조용했다. 여름은 그래서 난 다 그렇게 조용한줄 알았다. 꼭 그 계절이 오면 귀머거리가 되는 냥 사람들은 너무나 편안하게 늘어져 버렸다. 그런 늘어진 정말 지루했던 젊은날 여름이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나는걸까? 요즘 나이가 들면서 정말 세상이 썩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재산분배와 신분상승을 위한 역..

부드러운 감옥 / 이경임 / Club 8 - Stay by my side

부드러운 감옥-이경임     아침, 너울거리는 햇살들을 끌어당겨 감옥을 짓는다. 아니 둥지라고 할까 아무래도 좋다 냄새도 뼈도 없는, 눈물도 창문도 매달려 있지 않은 부드러운 감옥을 나는 뜨개질한다 나는높은 나무에 매달리는 정신의 모험이나 푸른 잎사귀를 찾아 먼 곳으로 몸이 허물도록 기어다니는 고행을 하지 않는다 때로 거리의 은행나무 가로수들을 바라본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잎새들의 춤이 바람이 불 때면 햇살 속에서 눈부시다 잎새들은 우우 일어서며 하늘 속으로 팔을 뻗는다 내가 밟아 보지 못한 땅의 모서리나 계곡의 풍경이 나를 밟고 걸어간다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걸어나가고 싶다    거리에 가로등이 켜진다 가로등은 따뜻한 새알 같다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새어나온다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가로등 쪽으로 걸어..

방을 깨다 - 장석남 / Sia - the church of whats happening now

방을 깨다 - 장석남   날이 맑다   어떤 맑음은   비참을 낳는다  나의 비참은  방을 깨놓고 그 참담을 바라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광경이, 무엇인가에 비유되려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몰려온 것이다   너무 많은 얼굴과 너무 많은 청춘과 너무 많은 정치와 너무 많은 거리가 폭우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밝게 밝게 나의 모습이, 속물근성이, 흙탕물이 맑은 골짜기를 쏟아져 나오듯     그러고도   나의 비참은 또 다른 지하 방을 수리하기 위해 벽을 부수고 썩은 바닥을 깨쳐 들추고 터진 하수도와   막창처럼 드러난 보일러 비닐 엑셀 선의 광경과 유래를 알 수 없는 얼룩들과 악취들이 아니고   해머를 잠시 놓고 앉은 아득한 순간 찾아왔던 것이다   그 참담이 한꺼번에 고요히 낡은 깨..

노선 / 천양희 / Sia - The Bully

형님은 자기 노선이 잇소? 독립문 지나다 아우가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자신에게 반문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 아직 그런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나의 노선이 될 텐데   아우는 자기 노선이 있나? 광하문 지나다 형이 묻는다 그는 대답 대신 형에게 반문 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요 아직 그런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너의 노선이 될텐데   가다 보면 길이 되는 것 그것이 희망이라면 그 희망이 우리의 노선이리 Sia - The Bully

노래 / 강정 / Alison Krauss & Union Station - Home On The Highways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가끔씩 죽음이 물컹하게 씹힐 때도 있어요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오염투성이 삶을 그대로 뱉으면 전깃줄과 대화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뜯어먹은 책들이 통째로 나무로 변해   한 호흡에 하늘까지 뻗어갈지도 몰라요   아, 사랑에 빠지셨다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고 하지 마세요   숨이 턱턱 막히고 괄약근이 딴딴해지는 건   당신의 사랑이 몸 안에서 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저 깃발처럼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무국적의 백기처럼, 그럼요 그저 쉬세요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