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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평화

언제나 바쁘다는 의식 속에 잡혀 지낸다. 일한 것의 질량을 되돌아 보면 우습도록 보잘것 없는데요 감당 못 할 분망이 나를 지배 하며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몰아붙히곤 한다. 가슴속은 더 바쁘다. 마음에 파도 치는 물이랑이 기슭으로 밀려와 차례로 부서진다. 잠시 공중에 치솟고는 풀어져 종이처럼 얇개 해안에 드러 눕는 물결들. 나도 그렇게 누워 버리고 싶다. 두 팔을 길게 드리워 힘을 빼고 마치도 영원속에서처럼 오래 오래 눈감아 있다면 좋겠다. 모든 감관을 닦아 두고 오직 젹멸 가운데 머무르며 안식의 기름을 온몸에 발랐으면 싶다. 살갗을 통해 몸속의 오장육부에도, 그리고 영혼의 전역에까지골고루 향유를 입힌다면 좋으련만은. 사람의 육체는 결핍된 영향분을 청구 하도록 마련이고 이것이 병중으로 나타난다고 들었다. ..

고독한 낙서 #

얼마만에 글을 쓰는건지 모르겠다. 점점 더 글 쓰기가 게을러 지고 있다. 아니 좀더 솔찍하게 말하면 언어를 잃어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래선 안되는데 다시 글 걸음마를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처럼 커피 한잔과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다. 오랜 습관인게지 꽃을 샘하는 봄 눈이 몇 차례 뿌리고 간 사이 벌써 여름이 와버렸다. 옷섭의 습기가 사뭇 그냥 이던 것을 여름 햇살을 쬐면 그 물기도 가녀린 수증기로 걷혀 가겠거니. 사람은 뭘 하고들 있나?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모든 이가 목소리를 합쳐 소리 지른다. 바르고 자유롭게 살자고 한다. 윤택하고 따습게 살자고 한다. 그야 인권의 발언이지. 겨우내 자기 땅의 역사를 묵상하던 이들이 지금 신선한 여름 새벽을 맞았다. 여름의 상명한 기운이 담향과 섞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