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고독한 낙서

ivre 2010. 3. 31. 00:21

시지프스라는 사나이가 있다


그는 산 밑의 바위를 산 위까지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바위는 산꼭대기에 이르는 순간에도 산 밑으로 굴려 떨어진다.
시지프스는 신기슭까지 내려와서 또다시 바위를 끌어 올린다.
그러나 돌은 아래로 떨어진다.
거듭떠밀어 올린다.
올린다
떨어진다.

이 노동엔 끝이 없다 수십 수백 번을, 그리하여 죽을때까지도 되풀이 해야한다.
이건 형벌의 사실이여서 풀려날 도리가 없다.
산위의 바위는 단지 떨어지기 위해서만 있고 산 밑의 바위는 오직 올려 놓기 위해서만 있다. 그의 돌은 사상을 지니는 돌이다.
영원한 노동이라는 바로 그 사상이다.
수난의 사나이 시즈프스여, 그대의 눈빛을 보자 짙은 남빛의 고뇌와 투지를 읽어보자 그러나 그대만큼 시정(詩情)의 그네줄을 타는 사람이 또 있을것 같지 않다.

그대가 산 위로 돌을 끌어 올릴 때 그대의 정신은 숨쉬는 청동 용광로 같겠지 건강한 몸과 불굴의 얼굴의 모습 그대는 최소한 돌과 함께 있으며 돌이야 말로 친구며, 누이동생이요, 그대의 아내이다.
그대의 가슴팍으로부터 불 같은 체온이 흘러 들어간 뜨거운 분신이다. 하지만 그 바위가 그대보다 먼저 벼랑을 굴러간 내리막길에서는 허탈한 빈 손으로 덩그러니 혼자만 남게 될테지.
잡을 것 없는 두 손을 흔들거리면서 혹은 휘파람이라도 불면서 외롭고 환한 눈짓으로 산길을 내려오는 그대 말벗 없는 무료함이 마치도 아내를 잃은 사나이 같았을까.

시지프스여,
이 때 하늘을 보려마 새파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상쾌하고 황량한 하늘.
바라보면 볼 수록 둥, 둥, 둥 북소리 울리는 그것, 기막히게 감격스런 그 하늘을 보려마.
수고하는 사람이여,
장년의 참기쁨은 그대의 것이다. 고통의 즙으로 가꾸어 낸 희열의 장미넝쿨, 눈부시게 찬란한 천만떨기의 꽃송이는 모두다 그대의 것이다. 첫새벽의 노고지리가 무쇠의 가슴을 찢고 날아 올랐을 기쁨, 아아 아름다움이여,

그래, 이것이다. 성인의 기쁨은 이래야만 한다 성숙한 인격만이 차지할 고지의 환희이다. 보람과 긍지의 은성한 잔치이다.
보로의 시지프스 그는 늙을 수가 없다. 역사의 마지막 날까지 오직 수고와 헌신의 현장에 있다.
일하는 그 더욱 일하는 그.
지금 이 시간에도 돌을 굴려 올리는 그 그의 눈은 정상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윽고 밤이와서 시야가 어둠으로 덮이면 하루의 일손을 털고 그도 잠을 청할 것이다.
돌 베개를 배고 검푸른 산자락에 안겨서 아마도 그는 잠들때까지 별을 헤일 것이리라 눅눅하게 밤이슬이 내리는 풀섶 위에서 노숙(路宿) 하는 그.
아아, 낮엔 그리도 불굴의 사내였으나 밤에는 버려진 아이처럼 외로울 것인가 육체를 가진 사내의 고독은 육체를 가진 여인의 고독과 너무나도 흡사하길 소망한다.

여인이여,
일하는 기계처럼 평생을 일 속에 파묻고 사는 당신을 불러본다. 춘하추동 이마에 땀방을을 맺고 이름도 없는 잡역에 몸을 던지는 여인이여.
정신의 노동, 감정의 가동에 평생이 하루 같은 여인을 불러 본다.
그 자신부터 몸이 아프면서 아프고 절실한 공감의 작업에 종사하는 여인, 수시로 불타는 여인이여.
보이지 않는 피의 유혈이 젖으며 그대의 손발은 쓰리고 얼얼하다 손톱 밑에서도 몇 방울의 피가 내밴, 진득이는 땀을 흘리고만 있다.

어느땐 일손을 잠시 멈추고 삶의 뜻을 음미해 본다 아버지의 품에 안겼을때, 어머니의 등에 엽혔을때, 따스하던 체온을 생각해 낸다 유년시절의 햇빛을 생각해 낸다.
무슨 청이라도 다 들어 주시는가 싶던 옛날의 첫 사내를 생각해 본다.
오늘의 삶은 모든 점에서 판이해 졌다 하지만 오늘의 바람이 불고 오늘의 바람이 싱그럽게 돋아 난다 이 현실을 전폭으로 수궁하고 있으면 온 몸이 달리 달답게 풀려져 누군가의 품안에 안기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 한 고비에 다다른다.
존재의 내부 얼마나 깊은 골짜기에서 이 여심은 솟아날 것인가. 함부로 다쳐서도 안될, 마음없이 건드려선 안될 귀하고 은밀한 여심의 향연
이런 일이란 정정 무섭다. 표현할 수 없는 심연의 전율인것, 말로는 못하겠는 그리움의 충일. 그렇지. 이것은 영혼에서 온다. 영원이 원하는 성실한 상해... 크. 전화가 왔다. 당분간 글 걸음마는 각자의 위치를 망각하고 신호등이 고장난 번잡한 사거리의 차들마냥 뒤범벅이 되어 한동안은 꼼짝이지 않을것이다.... 상쾌한 방해꾼.

이런 일이란 정녕 무섭다 표현할 수 없는 심현의 전율인것, 말로는 못하겠는 그리움의 충일. 그렇지 이것은 영혼에서 온다 영원이 원하는 성실한 상애, 영혼이 갈구 하는 동행의 신앙, 영혼의 내전에 등불을 돋우는 일이다.
밀물같은 거센 충동이다.

가장 깊은 뿌리에서 가장 높은 가지까지의 내 외로움을 사람아, 너에게 드릴밖에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