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는 귀가 어두운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고 집은 그야 말로 바람이 조금만 불면 쓰러질듯 외줄을 타는 곡예사의 긴장감을 엿볼 수 있는 집이였다.
그 할머니를 저 중간쯤으로 꾜셔와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당신이 찍히는걸 무척이나 싫어 하셨다. 이유가 있을까 누군가 나 이외의 사람이 와서 사진을 찍으며 그 할머니에게 불쾌한 짓을 한걸까 혹은 애초부터 사진 찍히는것에 거부감을 같고 계신 분이셨을까.(아직도 그게 의문이다) 결국 할머니를 내가 원하는 장소로 모셔 오지도 못했거니와 그 분의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집안 곳곳을 찍는건 허락해 주셨다. 앞으로 오래 오래 저 집과 함께 저 모습으로 게셔 줬으면 하는 소망을 뒤로 하고 할머니에게 큰 소리로 "감사 합니다" 인사를 하니 손을 흔들어 주셨다. 집으로 돌아 오며 내내 그 분의 쓸쓸한 노년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 날이다.
집에 돌아와 이 사진을 보며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의 열망엔 여기 비레하여 하등의 형벌이 따르는것만 같다.
이러한 사례를 도처에서 본다. 무엇이건 쉽사리 얻는듯이 보이던 사람도 어느땐 냉엄한 거부앞에 춥게 세워진다.
처음엔 이럴 수 없다고 여기며 주먹으로 문을 두드린다. 가슴으로 떠밀어 보고 다시 머리를 부딪는다. 실오라기보다도 가늘고 긴 유혈.
이건 열리지 않는 문이다.
비로소 그 실감이 전신에 퍼져돈다.
불시에 입은 총상처럼 어이가 없다.
날이 저문다. 연지빛 놀이, 분결 같은 하늘에 선흥을 함빡 물들인다. 낙조머리의 그 연연한 하늘.서서히 밤이 오고 첱지간에 밤이 그윽해 진다. 출렁이며 늠실 거리는 어둠. 온 몸에 검정이 배어든다. 눈을 감아도 떠도 한갓 검정 뿐이다
밤은 길고 지리한 회랑, 그러나 이윽고 아침이 온다. 나날이 되풀이 되는 회구와 좌절.
숯불을 헤집듯이 열망을 헤집는다. 불은 분방한 야성의 더미,별의 광막에서 치면 터무니도 없는 조야한 식욕이다. 스스로의 조갈에 타 버리고 한줌 잿가루만 남긴다. 물거품처럼,
불에도 허무한 포말이 있다. 그걸 알아 버리면 불 앞에서 오히려 춥다. 불의 포말이 사방으로 튀긴다. 포말은 불의 소모에 가속을 보텐다. 불의 추위에 떨며 사람의 벌을 빌자.
사람에게 내릴, 사람의 몫으로 만들어진 벌이여. 갓 만들어 져서 너무나 그 효험이 살아 있는 벌이여. 지금 이 천지간에 줄기찬 소나기로 수직으로 서서 꼬꾸라져 죽거라. 그 안에
무수히 천뢰도 울리어라. 그러나 열망의 의지는 그 이상의 필연이다.
형벌이 지지고간 상처에 열망은 지체없이 또 새 살을 디밀어 올린다. 질겨서 씹히지 않고, 태워도 불타지 않고, 땅 속에 파묻히면 몇갑절로 번식하는 열망의 불요 불굴, 그 집착이 이미
간망의 형벌임을 어찌 부인하랴.
열망의 곤욕.
열망속의 무참한 침몰.
맨발로 달리는 기시밭 길의, 다시금의 분발.
한도 없는, 목마른 질주.
열망의 최면술 . 그래, 그건 바로 최면에 걸리는 일이리라.그 잠은 무류의 명령으로 오고, 오직 하나만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의 전부, 이 밖엔 삶이 없다고 누군가 속삭인다.
가거라. 가거라. 가거라.
오직 이 하나를 바라고, 한 이름을 외면서 깊히 자거라. 아아 잠의 유인은 너무나 달고 달아서 이겨낼 도리가 없다. 그래서 잔다. 자면거 원하는것이 된다. 편안히 미소마져 띠고 긴 잠에 안긴다. 태초의 할매와 할베가 보기에도 이 놀음은 진실로 엄숙하다. 하여 손대지 않고 도리어 그 시간을 보장해 주신다.
그래서 더욱 잔다.
모든 빛에 따르는 필연의 그림자와도 같이 사람의 열망엔 정작으로 응분의 형벌이 따라 온다 유달리 엄마를 그리워 하는 아이는 벌써 엄마를 통해 오는 갈망의 가시를 안다. 파란 혈맥으로 입혀 있으면서 진흥의 피로 채워져 있는 그 이율의 모슨을 낯설어 하며 두 눈에 처음으로 사람의 설움을 담는다.
소망을 쌓는 이의 불안.
기다리는 이의 그 손시린 벽돌.
소망으로 지새는 밤의, 신의 먼 나들이.
침묵속의 무량한 밀어.
사람의 심연은 깊다. 이 불가사의의 깊히는, 그 안에 사람의 믿음을 무한정 용랍한다고 나는 말하겠다.
이 깊히의 밑바닥에서 다둠이 올린 열망은, 이미 그 무엇고 깨뜨리지 못할 한 날의 불멸이다. 시린 맨손으로 쪼아 내고 겁도 없이 하늘까지 떠밀어 올린 열망의 돌 기둥이여.
아득히 하늘 꼭뚜까지 솟아가 닿거라. 하지만 이 마음의 이름은 말 할 수 없다.
아니지.
이름이 따로 없는 그저 창창하고 짙푸른 보람이라고나 해 두련다.
하고한 날, 내 창변의 주마등처럼 바람에 맴을 도는 회오의 여러 얼굴. 그러나 그 흔한 회오의 한 커트도 여기에 만은 끼어 들지 못하리라. 내겐 정녕 믿음이 있다. 이 믿음에 손 잡혀서 적적한 길을 나는 기쁘게 간다. 훗세상에서도 이 간망을 품고 이 길을 가련다. 겁을 쪼개고 겁을 다하여 정녕 영겁 동안을 나는 이 열망에 비치며 하루같이 살겠다.
사람은 본디 닫혀 있는 생명이며 이걸 여는 여는건 필경 또 하나의 사람이다.
그가 홀연히 이름을 부른다. 처음으로 알게 되는 자신의 이름. 그 경악이 가슴을 뜷고 터져 나온다. 모든 울혈이 바람에 비누처럼 풀리고 그제야 비로소 순하고 편안한 핏빛이 된다.
사람이 사람에게 또 하나의 조물주가 되고, 사람이 사람의 손에서 경건히 새 생명을 얻어 낸다. 이로부터 연분의 샘물이, 거침없이 뿜어 나는 것임을. 그 사람의 손에서 얻지 못하면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으며, 그가 지켜 보지 않으면 또다시 스스로를 놓쳐 자기가 없는 풀라톤의 동굴 속에 갇혀야 한다. 그가 있는 곳에만 자기가 있고, 그가 키워 주워야만이 자기가 자란다고 믿는 그 믿음을 아득히 거쳐가면 종내 다다를 곳은 비길바 없는 연분애의 긍정이요, 이승과 저승에서 갈라놓지 못할 긍극의 맹약이다.
진정히 자아를 찾는 일이란 다름 아닌, 별외의 한 만남에서 비롯함이라고 이러게 믿으면서 사는 이들은, 결코 자기만의 양분을 탐하지 않으리라. 이것이 고귀하고 유익한 것일수록 속속들이 쪼개어 나누며 충실과 소망도 이를 반분하되, 달가운건 더 많이 저 편에게 주고, 쓴 건 스스로 삼키고자 한다. 과장이 아니고,실제로 이만 정도의 인간적인 부를 가지고 있다.
날이 날마다 이를 늘이고자 하며 더욱 후하게 서로에게 최선의 것을 나누어 먹이려고 더욱 더 열망 하는 것임을 알자.
인간의 관계란 무안히 오묘한 바 있다. 적마다 혼자라고 여기길 잘 하건만 기실 혼자의 여건으로 독립된 이는 하나도 없다.
사실로 말해, 나는 사람이 좋아서 참을 수 없다. 예쁘고,측은하고,한도 없이 사람이 소중해서,번번히 눈시울만 적신다. 그래서 사람을 향해 그들의 아름다움을 찍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천국인들 오죽이나 무의미하리. 내가 아끼고 사랑 하는 이들과 더불어 함께 오라는 할배와 할매의 꼬심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할배 할매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주저를 누루고 차닫는 필연이 있다. 이 필연이 만나게 해 주는 인연이 있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 이 사람을 처름으로 만났을 때 자기 역시 얼마나 가진게 없는가를 비로서 알 수가 있는... 세상에 태어난 후로 줄곧 버려져 있던 사람들이라고 알게 된다.
둘은 불쌍 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벌써 그 사람이 와 있다. 그의 가난이 가슴을 두드린다. 열아 준다. 진종일 그 사람을 담아 놓고 둘의 가난을 남몰래 어루 만진다. 비록 그가 온 천하의 황제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눈엔 그의 헐벗음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를 위해 황무지 돌 밭을 갈아 일군다 금모래 같은 밀씨를 심는다. 우물을 파고 우물가를 꽃으로 꾸민다.
그 사람이 버려져 있는건 제일로 참을 수 없는 배리이다. 또한 더 큰 설움은 이 세상에 결코 없다. 그를 먹이고, 그를 배부르게 하고 싶다. 가가 원하는건 무엇이건 마술사 처럼 꺼내어 주고 싶다. 사상을 원하면 사상을, 이웃을 원하면 이웃을 꺼내 주리라. 모든 것이 그의 필요에 따라 불려 나오고 그의 재량에서 그 분량이 한정 된다.
소유의 꿈은 간결 하다. 그의 일체의 욕망 중에 탐욕은 하나도 섞여 있지 않다. 모든걸 제 자라에 돌려 주고도 큰 윤곽의 관조, 그 안에서 둘은 편안히 넘처 날 수 있을것 같다.
단지 하나뿐인 새라도 하더라도 그 새를 공중에 날려 보내주고, 망망한 시공을 순박한 만족으로 간절히 보듬는, 그 새의 조롱으로 여길 수도 있다. 무욕하고 시종 가난하면서 하고 한 가난속에 품어 가는 유일과 최상의 부는 오직 저 편 이의 생명에 거는 다시 없는 신망이며, 그 요원한 열정일 것을......
전체의 풍경에서 모든건 월등히 작고, 단지 한 사람의 생명만이 태산처럼 솟아 있다면 이 생명은 곧 우주의 전부이다.
둘의 외로움이 만나 한 연분의 연분을 이루었다. 이건 연분의 완성이다. 생명은 외로우나 절망이 없는 과목 그가 살아 있는 한앤 결코 절망이 있을 수 없다. 한 그루 이 나무에 신망의 전량을 공손히 드리 붓고 아아 그제야 자신도 하나의 생명임을 비로서 소리 높이 외쳐 보게 된다면 그것은 곧 .... 진정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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