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건드려 본다.

ivre 2013. 1. 20. 21:41

부르조아틱하게 원두 커피를 갈아 진하게 한 잔 내려 내 건조하고 칙칙힌 혀를 자극 시켜 본다.

달콤한 타액 보다는 못하나, 씁씁한 담배 니코틴 보다는 자극적이다

 

오래간만에 앉아 이렇게 글 걸음마를 시켜 본다. 하나,둘.셋,셋,다서엇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독은 아름답고 죄는 달갑다" 는 말이 있다.

겨울도 꽤 깊어지면 확실히 무언가가 움츠려든다. 학교 난로 옆이나 온돌방 아랫목 자리잡고 앉으면 일체의 거동이 싫어진다.

얼굴이 불그레 익도록 몸이 더워지고 연방 눈 감기는 조름끼기 눈섭 끝을 간지르면 실상 예서 더할 수 없으리만치의 달디 단 안식에 잠겨든다.

서성이던 마음도 가라 앉고 어지간한 근심 쯤 꽤 잊고 살것 같다.

애환에서 달려 긴 불면으로 지새던 일쯤은 어리디 어린 날의 아슬한 기억과도 같아지는 마음 속, 다만 허허히 비어 끝없는 평온을 뭐라고 말할지.

홍건한 오수의 물살이 수없이 수문의 고리를 목에 감아 주는 사이 나른하고 괴이한 도취의 느낌을 형용할 수도 없다.

개구리처름 실컷 동면하는 휴식의 제도가 사람의 생활에도 마련되어 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사살상 일류는 너무나도 과로해 온 것 같다. 전쟁은 그칠사이 없었고 침식의 방책부터가 묘연한 가난이 또한 오랜동안 수많은 사람을 뒤따르는 그림자나 바를 바 없어 왔고 병과 죽음은 언제나 무언의 위협이 되었으며 더우기 서로의 마음을 저침 하는 불신과 미움은 노상 뒤엉킨 넝쿨들의 퇴락한

잡초원과도 같았음을.....

삶의 고달픔은 심신이 함께 불휴하는 인간적 원리 거기서부터 시작 했을 것이다. 한 번 태어난 후엔 호흡기도, 소화기도, 뇌조직도, 혈구도, 젼혀 쉬는 법이란곤 없다. 쉬게 된다는 일은 바로 죽음이며 때가 아니고는 하등의 간단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괴로움으 축적이 현대에 이르러는

거의 빈사의 지경에로 사람을 몰아 넣는 일이 있고 보면 개구리나 곰이 치르는 한철 동면의 그 허탈한 방법이 부러워도 진다.

죽는 것은 아직 싫다.

죽지 않고 모든걸 잊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로이 요긴한 것부터 차곡차곡 다시 기억해낸다면 어떨까.처음엔 으슴프레히 그 다음, 조금씩 화면이 선명해지는 건 영화에서 많이 쓰는

기억의 소생 같은 수법이겠는데 내게 있어서도 모든 것이 맘각의 상태에 있다가 마치도 천천히 오르는 막 처럼 머리 속에 담겨 있는 풍경이 조금씩 드러나 오이게 된다고 하면 처음엔 무엇부터 보일지, 사뭇 그 다음은 또 어떠한 순서가 되는지가 다못 알고도 싶다.

 

담배를 또 물었다. 이넘에 습관은 질기고도 질기다 95% 이성을 지니고 산다고 떠버리고 다니는 나 이건만 이깟 습관 하나 어쪄질 못하는구나.

 

최면술에 걸리면 사람은 가장 정직한 속마음의 답변을 한다는데 실상 내 안에 있는 그 중 거짓 없는 진실이란 어떤 것인지를 들추어 봤으면 싶기도 하다. 후로이드의 학설에 의하면 인간은 마음 깇이 일곱 장의 베일을 쓰고 있다는 것이고 그 일곱장째의 베일 밑에 감추어진 것은 자기 자신조차 결코 알지 못하는 비장의 진실 그것이라고 한다. 실지로 그의 학설을 지지하는 취지에서 만들어낸 "세븐즈 베일" 그러니까 일곱장의 베일 이라는 영화를 관람한 일도 있는데 그 내용인즉 다리가 부자유한 독신의 외척 아저씨에게 몸을 의탁하게 된 미모의 처녀 피아니스트의 얘기로 엮어져 있었다.

거대한 저택에서 몇 명의 남자하인만을 두고 사는 그 남자는 어려서 어머니의 재혼에 큰 큰 충격을 받고 그 후 줄곧 여성을 불신하게 되어버린 괴벽의 신사였다. 이 처녀에게도 역시 옆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지내면서 그래도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 청년 화가 한 사람을 그 집에 데려왔었다. 정애 목마른 화가의 호의에 감동 되고 두 사람은 그림을 밀어둔 채 사랑의 도취에 빠져들었다. 얼마 후 애정의 균렬이 와서 화가는 가버리고 처녀는 암담한 심정으로 피아노에만 전념하려 애쓰는 것이었다. 얼마후 새로온 피아노 교사와 도다시 사랑에 빠져들었으나 그녀의 마음은 어쪈지 공허 하고 늘 쓸쓸했었다. 그녀는 번민했다. 몆날을 거푸 울기도 했다. 차츰 사살을 궁리하게 되고 마친내 물속에 몸을 던져 버리게 된다.

이 처녀를 소생 시킨 곳이 바로 후로이드의 병원 이었으며, 그의 새로운 과학적 심리실험으로 그들은 그녀의 마음을 샅샅이 알아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퇴원을 하게 된 날 후로이는 화가와 음악가와 그녀의 신병을 받아갈 그 아저씨를 함께 함께 병원 응접실에 불러 들였다.

두 청년은 이미 흥분해 있었고 저마다 그녀의 사랑이 자기로해 생명을 걸 만큼의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기도 했다. 마음이 들뜨고 연신 회심의 웃음 같은 게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다리가 부자유환 중년신사 한 사람만이 몸씨 침체해 있고 무언가 비통한 감정을 억지로 감추는 것 같다 보였다. 그러다가 그녀의 발소리가 이층의 계단을 내려오고 있을땐 더 감출 수 없어서 절룩거리며 황급히 그 방을 뛰쳐 나가고 있었다. 길고 거벼운 비단마차를 소리도 없이 끌며 바쁜 걸음으로 내려온 그녀는 막 문을 나서는 그의 가슴에 몸을 내던지며 복받치는 울음에 목이 메었다.

말하지만 이들은 청름부터 서로 강렬한 애정에 붙잡혔다는 얘기이다.그러면서 그는 여자를 꺼리는 오랜 습관에 치우쳐 자기의 사랑을 미처 깨닫지도 못한채 그녀를 멀리하고만 있었고 그녀는 또한 사랑하는 이 앞에서 내어쫓긴 심정으로 잠시 다른 남자와 사귀어보았으나 그 허심 달랠 길 없어 이윽고 죽음까지를 생각했다는 풀이가 된다.

이것은 곧 그와 그녀의 일곱번째 베일을 벗겨놓은 모습이었다.

꼭 일곱 장인진지 어떨지 까지는 잘 알 수 없겠으나마 사람의 저심에 자기 자신조차 익히 모르는 잠재의 진실이 있다는 건 그럴싸한 이론인것 같다.

새삼 최면술에까진 걸리지 않고서도  자기의 저심을 다 알 수 있다면 사람의 소행이 조금은 덜 어리석게 될는지.

그리고 보니 개구리의 동면부터 얘기는 너무 멀리 온것 같다.

손이 시렵고, 발이 시렵다.

그러나 여전히 커피의 진한 향기가 내 혀를 애무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의 해는 짧아 어느덧 키가 큰 어둠이 창 너머에서 자꾸 방 안을 기웃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