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를 뒤지니 동전 나온다
백원을 뒤집으니 이순신장군 나오고
오십원을 뒤집으니 벼이삭 나온다
멀거니 줄 서서 동전을 뒤집으며
앞에 선 여자 궁둥이나 훔쳐보며
동전 밖에 없어 갈 곳은 없고
갈 곳 없어 아득하여라
조정에서는 이 좋은 날 무엇을 할까
신문에 난 연쇄살인사건과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소식을 보며
북녘의 동포들은 끼니를 거른다는데
동전밖에 없는 자신도 잊은 채
울먹이는 못난 나는 얼마나 작으냐
말 한마디 큰소리로 못하고
땡볕에 서서
다보탑을 뒤집으니 십원 나온다
주머니를 뒤집으니 먼지 나오고
먼지를 뒤집으면 뭐가 나올까 생각하며
무엇이든 뒤집기만 하면 다른 것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해서 일없이 동전만 뒤집는다
'작가들의 글 > 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까락 사이에 낀 아침 / Musa Dieng Kala - Kalamune (0) | 2024.12.19 |
---|---|
멍/ 이정미 / Benito Lertxundi - Askatasunaren Semeei II (0) | 2024.12.18 |
달 몸살 / 이대흠 / Oystein Sevag - The Door Is Open (0) | 2024.12.05 |
니느웨를 걷는 낙타-요나에게 이경임 / Sound Of Nature I The Sea- Terry Oldfield- Hear My Plea (1) | 2024.12.04 |
눙부 - 신경님 / Nikos Hatzopoulos - Secret Love (Ethnic Moments..중에서) (0) | 202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