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동전을 뒤집으며 / 김세기 /Club 8 - What Shall We Do Next

ivre 2024. 12. 17. 15:29

 

Club 8 - What Shall We Do Next

주머니를 뒤지니 동전 나온다
백원을 뒤집으니 이순신장군 나오고
오십원을 뒤집으니 벼이삭 나온다
멀거니 줄 서서 동전을 뒤집으며
앞에 선 여자 궁둥이나 훔쳐보며
동전 밖에 없어 갈 곳은 없고
갈 곳 없어 아득하여라

조정에서는 이 좋은 날 무엇을 할까
신문에 난 연쇄살인사건과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소식을 보며
북녘의 동포들은 끼니를 거른다는데
동전밖에 없는 자신도 잊은 채
울먹이는 못난 나는 얼마나 작으냐

말 한마디 큰소리로 못하고
땡볕에 서서
다보탑을 뒤집으니 십원 나온다
주머니를 뒤집으니 먼지 나오고
먼지를 뒤집으면 뭐가 나올까 생각하며
무엇이든 뒤집기만 하면 다른 것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해서 일없이 동전만 뒤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