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멍/ 이정미 / Benito Lertxundi - Askatasunaren Semeei II

ivre 2024. 12. 18. 17:21

 

 

 

 

이제 대수롭지 않게 넘어기기도 하지만
내 몸을 꽉 깨물고 있는 푸른 멍은
내가 넘긴 한 장의 달력처럼 가볍거나
무거운 시간을 지나온 것이다, 생각했는데
뽀쪽한 모서리에 부딪혀
마음을 다친 적이 수 없이 많았으므로
다치지 않으려고 몸 밖의 모서리를
몸 안으로 옮겨와 뽀쪽함을 삭여 내느라
내 몸이 푸르게 피는 것이겠지
다친 마음이 동글어지는 것이겠지,
생각도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 몸에서 피고 지는 푸른 멍을 어루만지며
너도 내 몸에다 나의 아픔을 가두기도 했겠다
내 뾰족함이 너를 아프게 찔렀을 것이므로
내 뾰족함이 삭고 있는 동안
너도 아팟겠다,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서로를 너무 세게 껴안았으므로
푸른 멍이 피어나는 것이다,
생각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