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으로 둥글게 솟아오른 내 등 위로
니느웨의 불빛들이 쏟아진다
나는 환멸의 옷깃들을 여미고
니느웨가 복제해내는 무수한 소음 속을 걸어간다
아무것도 꿈꿀 수 없는 생애란
시한부 환자의 연애처럼 불길한 것이다
멀리 내 유년의 꿈을 화장시킨 굴뚝들이
검은 연기들을 토해낸다
니느웨의 화장터는 언제나 활기차다
꿈의 사체들을 화장시키는 사람들과
꿈의 자궁에 방화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오래 전, 이 곳에서
푸른 빗살 무늬의 잎새들을
나, 흔들던 시절이 있었지
한 그루의 사원처럼
온몸의 실뿌리들을 발기시켜
니느웨의 하늘로
나, 신앙을 바치던 시절이 있었지
그러나 이제 다시는 그 신성한 숲에 들지 못하리
다만 남루한 환멸의 의복들을 꿰매입으며
미로 같은 삼류 여인숙에서
시한부 환자의 연애를 각색하는 일만 남겨졌을 뿐,
혹은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한 대의 피아노도 갖지 못한 채
벌목장에서 노역의 생애를 완성하는 일만 남겨졌을 뿐,
그렇다면, 나는 왜 아직도 이곳을 서성이는 걸까
아직 살해하지 못한 말들이 내게 남아 있단 말인가
오, 저 날름거리는 혀들의 춤,
저 혀들의 감옥 속에서
탕진시켜야만 할 생애가
출렁거리고 있단 말인가
이 둥근 혹들 속에
진정, 출렁거리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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