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니느웨를 걷는 낙타-요나에게 이경임 / Sound Of Nature I The Sea- Terry Oldfield- Hear My Plea

ivre 2024. 12. 4. 15:52

 

Sound Of Nature I The Sea- Terry Oldfield- Hear My Plea

 

슬픔으로 둥글게 솟아오른 내 등 위로 
니느웨의 불빛들이 쏟아진다 
나는 환멸의 옷깃들을 여미고 
니느웨가 복제해내는 무수한 소음 속을 걸어간다 
아무것도 꿈꿀 수 없는 생애란 
시한부 환자의 연애처럼 불길한 것이다 
멀리 내 유년의 꿈을 화장시킨 굴뚝들이 
검은 연기들을 토해낸다 
니느웨의 화장터는 언제나 활기차다 
꿈의 사체들을 화장시키는 사람들과 
꿈의 자궁에 방화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오래 전, 이 곳에서 
푸른 빗살 무늬의 잎새들을 
나, 흔들던 시절이 있었지 
한 그루의 사원처럼 
온몸의 실뿌리들을 발기시켜 
니느웨의 하늘로 
나, 신앙을 바치던 시절이 있었지 
그러나 이제 다시는 그 신성한 숲에 들지 못하리 
다만 남루한 환멸의 의복들을 꿰매입으며 
미로 같은 삼류 여인숙에서 
시한부 환자의 연애를 각색하는 일만 남겨졌을 뿐, 
혹은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한 대의 피아노도 갖지 못한 채 
벌목장에서 노역의 생애를 완성하는 일만 남겨졌을 뿐, 
그렇다면, 나는 왜 아직도 이곳을 서성이는 걸까 
아직 살해하지 못한 말들이 내게 남아 있단 말인가 
오, 저 날름거리는 혀들의 춤, 
저 혀들의 감옥 속에서 
탕진시켜야만 할 생애가 
출렁거리고 있단 말인가 
이 둥근 혹들 속에 
진정, 출렁거리고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