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거리가 생겼다 / 이봉학

ivre 2024. 10. 30. 17:22

 

Waterfall Cucurrucucu Paloma - Caetano Veloso



흐리고 우울한 날이어서 활짝,

달맞이꽃밭에 노랑나비

멈칫멈칫 금방 피어난 듯 꽃잎인 듯 달라붙는다 문득

노란 것들과 나 사이 꽃잎인지 나비인지

구분이 안 가는 거리가 생겨난다

떠나는 길과 머무는 집이 묶였다가 풀어지고

걱정과 환희가 함께 버무려지는 거리

한 걸음 집 쪽으로 물러서면 먼 남의 일이 되지만

한 발짝 길 쪽으로 다가가면 활활 애가 타는 거리

그 거리가 있어 나 견딜 수 있네

그리움이 꽃피는 거기 그 거리

그쯤에 놓여진 내 애달픈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