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온 새월을 모두 긴 통로처럼 등 뒤에 깔고 길 위에 드문 드문 가로수 늘어서 듯 회상의 표말 늘어선 여기 나는 말의 화사한 날개를 벗고 소박한 촌빨 날리는 사내가 되어 글을 쓰려한다
더 단순하게 되고 될 수만 있다면 갓 생겨난 사내아이처럼 되는게 나의 소원이다. 이적을 꿈꾸거나 턱없이 큰 가치를 부러워하는 일에는 켤코 마음을 쓰지 않을 것이다. 많이 갖진 못했어도 영 굶주림 모른다면 그로써 족할것을 하기사 어떤 사람이 내게 그랬다. "고독하지 않으면 글이 나올 수 없다" 내게 고독이 있다면 내 어찌 가난하다 이르리.
밤 글을 쓰느라 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앉기 전에 커피를 갈아 내려 진하게 한 잔 가득 만들어 커피 향을 흡입 하며 행복감에 젖어 보자는 심사 였다. 약간은 성공한듯 하다.
피로에 짓눌려 가슴 둘레가 오므라 든 듯이 죄이고 못견디게 답답하다. 냉장고에서 언제 사다 두엇는지 모르는 참외를 깍아 약물 처럼 삼켜도 본다. 담배 한 개피와 음악도 틀어 놓았다.
대단한 글을 쓰려는 것도 아니다. 글이래야 기실 별것도 아니다. 내가 아주 붓을 꺽는 일쯤을 가지고 말하더라도 하등의 변괴가 되는건 아니다. 그리고 글이란 원고지 위거나, 지금처럼 컴퓨터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거나, 활자에 얹혀 서재라거나 또는 도서관에만 머무르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 글은 작가의 고뇌 속, 높은 신열과 때때로 절망 가운데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건 미래의 글이며 작가의 양심과 시대의 정의를 짚어 고독한 영혼처럼 말도 거부 하고 엎드리는 그곳에 솟아 나는 경우가 많다것을 알기 바란다. 따라서 생명 이전의 핏덩어리로 풀리는 사산 일 수도 흔히 있다는 것이다. 내면의 뼈대를 건강히 키워내고 주제의 확신을 갖는 가운데 백일하에 담대히 이를 분발 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글 쟁이라 할 것이다. 허나 이 선임은 너무나 희귀한 영광이요 대부분의 소위 말하는 문필가 분들은 식견과 기력이 소침으로 인하여 오히려 그 자신의 출생보다 더 화회하는 선에까지 생명의 지락을 저지른다.
실상 제대로 하는 일이란 지금 세태에선 거의 찾아 보기 힘든게 아닐까.
사랑도 그렇다. 정작으로 사랑을 잘하려면 무겁게 힘이 드는 탓으로 하여 대략의 금을 긋고 애매하게 허울만 꿰매 버린다.
모든 일에서 투신의 성실과 열정이 부족하다. 이는 사람이 그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약화 하는 일 이라고 할 수 있으리. 정말이지 왜 이렇게만 되나. 어째서 하강의 수류만을 쉽사리 타 버리나.
밤이 깊다. 욕실의 수돗꼭지가 덜 잠겼는지 물방을 떨어 지는 소리가 난다. 시계의 초침 소리도 역력하다. 그리고 밖에선 개구리 소리고 들린다.
새벽을 앞질러 오는 여명이 희뿌였게 벗은 몸으로 하늘 가득히 드러누우면 한밤에 빛을 뿜던 별들도 불을 끄고 하나 하나 살아져 가리라. 나뭇잎에 맺힌 찬 이슬도 이제 찬연히 동터 올 햇빛에 입맞추곤 알알이 승천 하겠지.
글은 무섭고 밤 또한 무겁다 하겠건만 허나 생각키 나름으로 생명은 자재로운 비상이며 무수한 날개짓들의 그 화답마저 듣는 바라 할 것이다.
은하 같이 하늘에 걸린 흰 띠가 되어 유연하게 묵상 하고 기도 하고 일제히 송가를 합창 할 수도 있으리.
공연히 가슴을 구겨 박고 시간을 낭비 하고 무위에 휩쓸려 자잘한 수문의 주름살을 지었다면 미안하다.
빌어먹을 잠이 올것 같지도 않다.
텃밭 여기 저기에 피어 나는 이름 모를 꽃들도 얼마간 시들어 간다. 꽃들의 시간도 사람의 그것처럼 한정된 것이며 이 성질을 넘을 수가 없다. 시공의 유한이란 이 또한 오죽이나 멋인가. 말이다. 그것 때문에 생명이 아프게 소중하고, 은어의 지느러미 같이 미끄럽게 달아나는 시간도 더욱 미치도록 아깝고 귀하지 않음을 내 어찌 모른다 하겠느냐.
밤이 깊다. 그래서 새벽을 내다 볼 수가 없다.
금사자 같이 떠오르는 태양이여
불의 수례를 굴리며 하늘의 정심, 너의 황금 옥죄에까지 어서 오르거라.
청신한 알몸의 탄식,
아아 새날의 기쁨이여.
'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절의 구실 (0) | 2013.07.15 |
---|---|
새벽과 시작은 동의어이다. (0) | 2013.07.12 |
연애 (0) | 2013.01.24 |
건드려 본다. (0) | 2013.01.20 |
네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노래6 (0) | 2012.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