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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의자 (배경음악) Bassic Audiology III- Breeze (2001 remaster)

1 윤기 흐르던 시절, 사람들은 늘 내 편안한 휴식을 어루만지며 가슴 속을 파고 들었다 온 몸으로 무게들을 견뎌냈다 세월은 뼈마디를 관통하며 지나갔다 이를 악물어도 관절마다 삐걱이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를 추방한 건 다름아닌 그들이었다 2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썩어간다 음지의 습기에 발을 담그고 제 살점들이 뜯겨져도 상관 없다는 듯이 한적한 공터를 내내 응시하고 있다 그저 바람이나 앉았다 가라고 손짓하며, 또는 너덜거리며, 삶이란 늘 망가지고 나서야 집과 집 사이의 여백을 발견해낸다 복원될 수 없는 추억들, 스펀지나 솜뭉치 따위 엉성하게 채워져 푹신하게 여겼던, 속살을 드러낸 정체들은 추악하다

울고 있는 아이 (배경음악) Ave Maria - Nina Pastori

시장 한복판에서 울고 있는 아이. 울면서도 과자를 먹고, 중고 전자상 티비를 보며 울고, 고개를두 리번거리며 울고. 생선들이 토막나고, 그릇들이 흥정되고, 앉은뱅이 수레가 지나 가고,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겨우 빠져나가고, 땡중이 구걸하고, 그사이 몇 번인가 닭 목이 비틀어지고, 다시 전도사가 지나가고, 튀김들이 익어가고, 모든 걸 구경하는 아이가 울고, 서성이며 울 고, 또 울고. 공중으로 첫 별이 꽂히고, 바람이 뒤섞인 냄새 사이를 휘청이며 지 나가고, 시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 그곳에 서서 아이는 울음이 젖어 연거푸 울고. 세월이 가고,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 수염이 돋아나고, 주름이 패이고, 머리칼이 하얗게 바랠 때까지 그저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