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55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 박남준 /Benito Lertxundi - Naizenez Gero

Benito Lertxundi - Naizenez Gero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 문이 내려 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은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린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살아 지고 \ 막차는 오지 않을것인데 아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처럼  밤길 돌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쪄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게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눈가에 습기 드리운 채  영영 두 발 실을 수 없었다.

그대의 발명/ 박정대 - 제 19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Stars - Your Ex-Lover Is Dead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 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벽찬 한 장의 음악 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 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이 다 음악 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 합니다녁을 누가 저녁을 발명 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 소리를 사다리 삼아서저 밤 하늘에 있는 초조녁 별들을 발명 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울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저녁 입니다 음악이 있어 당신은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 합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Eleni Vitali -Pyrosvesi우리 살아 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낯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우리 사랑 하는 일 또한 그와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밑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밭 차럐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별 / 홍광일 (Haris Aexion-ta karelia)

Haris Aexion-ta karelia별을 보았다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것은별이였다세상에는 없는 것이라고 떠나지마라더이상 길은 없는 것이라고 돌아서지마라그대 가슴 무너질 때에도저 별은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고그대 마음 헤매일 때에도저 별은 그대 가슴에서 빝나고 있었으니그대가 보지 못했다그대가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별이 빛을 발하는 것은저 하늘 그대에게 보여 주는 아름다운 진실이니 그대 품으라그대 가슴으로 저 별빛을 안으라그대 그렇게 빛나게 될 것이니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별 / 홍광일

Yosefa [The Desert Speaks] - A Postcard from Morocco별을 보았다그대 가숨에서 빛나는 것은별이였다세상에는 없는 것이라고 떠나지마라더이상 길은 없는 것이라고 돌아서지마라그대 가슴 무너질 때에도 저 별은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고그대 마음 헤매일 때에도저 별은 그대 가슴에서 빝나고 있었으니그대가 보지 못했다그대가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별이 빛을 발하는 것은저 하늘 그대에게 보여 주는 아름다운 진실이니그대 품으라그대 가슴으로 저 별빛을 안으라그대 그렇게 빛나게 될 것이니

그늘 / 임동윤

Zoar_-_Ashes_Falling_(Ol_Doinyo_Lengai)튜울립나무 그늘만 깊어가는 자전거보관소  손발 묶인 시간이 정박해 있다  아득히 지워진 이름표와 녹이 슨 뼈마디  무단폐기물 꼬리표를 달고 푸른 추억을 돌리고 있다  4차선도로를 질주하던 속도는 녹슨 바퀴살에 끼어 있다  지하사우나 환풍기구멍으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에 몸을 맡기고  종일 뒤틀린 안장과 바퀴살이 찜질을 한다    퉁퉁 분 바퀴, 그 무게에 자지러지는 애기똥풀꽃  떠나려 해도 꽁꽁 묶여 있는 몸  녹이 슨 것들은 다, 무섭다

그녀의 깊은 속 / 배용제 / 삼류극장에서의 한 때 중에서

Terry Oldfield - The Africans들여다본다, 깊은 그녀의 속 그곳은 이미 입구부터 어두웠고 내 눈의 검은 창엔 검은 빛으로 가득해진다 검은 문고리를 더듬더듬 만지며 핥으며 그녀 속으로 들어간다  검은 담이 있고 창이 있고 식탁이 있고 텃밭이 있고 언덕이 있고 강이 있고 바다가 있고, 온통 검은 것들이어서 처음엔 여기가 우주라는 걸 영 몰랐다 핥고 부벼대면서 그 익숙한 맛과 향기에 나는 한 생애를 기억해낸다  더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한때 그때, 검은 세계는 검은 것이 아니었다 바다가 요람이었고 늪이 놀이터였고 함께 숨쉬던 내 일부였다 온갖 비밀이 내것이었던 생애,  검고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생성의 비밀들 이제 검은 것을 보지 못한다 빛을 관찰할 능력 외 대부분의 시력을 잃었다 이후..

송재학/공중 (문학동네2009년 겨울호 중에서)

Veronika Dolina - Мой дом летает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허공이라 가끔 연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뒷목과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리와 흰 뺨의 영혼이다 공중에서  묻혀온, 공중이 묻혀준 색깔이라 생각했다  깃털의 문양이 보호색이니까  그건 허공의 입김이라 생각했다  박새는 갈필을 따라 날아다니다가  내 창가에서 허공의 날숨을 내고 있다  허공의 색을 찾아보려면 새의 숫자를 셈하면 되겠다  허공은 아마도 추상파의 쥐수염 붓을 가졌을 것이다  일몰 무렵 평사낙안의 발묵이 번진다 짐작하자면  공중의 소리 일가(一家)들은 모든 새의 울음에  나누어..

겨울날 단장(斷章) - 황동규

Tanja Solnik - Numi Numi1 좀 늦었을 뿐이다, 좀 늦었을 뿐이다, 나의 뼈는 제멋대로 걸어가고.  차가운 얼굴을 들면 나무들은 이미 그들의 폭을 모두 지워버려,  폭이 지워지면 앙상히 드러나는 날들, 내 그를 모를 리 없건만,  오 모를 리 없건만, 외로운 때면 언제나 그들에게 다가간다.  이제 누가 나의 자리에 온다고 하면, 보리라, 각각으로 떨어지는 해를,  어둑한 나무들을, 그 앞에 그대를 향해 두 팔 벌린 사내를, 그의 눈에  잠잠히 드는 지평을, 그리고 그의 웃음을, 그대는 보리라. 2 어두운 겨울날 얼음은  그 얼음장의 두께만큼 나를 사랑하고  그 사랑은 오랫동안 나를 버려두었다.  때로 누웠다가 일어나  겨울저녁 하얀 입김을 날리며 문을 열 때면  갑자기 내 입김 속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