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04

통증에 반항 하는 넋두리

1 나의 할 말들은 길고 검푸른 물 위에 누워 있고 그것을 기러올릴 두레박줄은 아슬아슬하게 모자라는 느낌이곤 한다말은 적막한 손님이며 영혼안에 메아리인 것을...말을 잃어버린 날은 말들의 그 빈집에서 머리채를 풀어 헤치고 만신의 무력감을 핧곤 한다.그러나 침묵의 언어, 무의 언어에까지 찾아와 주는 벗들이 있다. 바람에 내 몸 마끼며 울부짖는 나뭇가지 소리 아침이면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 소리이해에 굶주릴 때, 오래도록 감격해 보지 못했을때, 끝내 누구도 오지 않았다고 외치고 싶을 때, 아직도 삶을 신뢰하며 있고자 한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알맞게 따뜻한 마음, 너무 멀지도 숨막히게 가깝지도 않은 간격을 유지 하면서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 난다. "한 장의 엽서에도 생에의 진실을 드러내어 기록 할 수 있..

밤에는 모든 방이 안으로 잠긴다ㅇ

오랜만에 이층의 한 쪽 벽에 기대어 창으로 들어 오는 으즈음 광선이 비로소 평화롭고 말도 못하게 아름답다. 젊었던 날엔 이 시간을 위해 비장한 한 사랑을 꿈꾸곤 했으나 오늘은 잠시동안의 이 편안감만으로 만족하고 황송하다. 춥다. 역반응과 모순의 넝쿨에서 초록의 순이 뻗어 난다. 긍국적으로 말해 삶에 대한 나의 신뢰는 얼마나 회손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감격과 긍정에 대한 기대는 잠시 가리워 졌다간 다시 살결을 드러낸다. 더러는 햇빛안에, 달빛 안에 떨어 지기도 한다. 그간의 어혈이 풀리고 포도주 같은 핏물이 공기 속에 번져 난다. 이런 때 나는 어쪄나. 사랑의 은밀에 대해 말해 보려한다. "사랑이란 짓거리지 않고선 못 배기는 아내와 같고 잠은 침묵으로 대답 하는 남편과 같다" 는 싯귀를 타골의 글에서 ..

5월에게 안부를 묻는다

얼마만의 안부인가 오월에게 안부를 묻는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일컫는 이 풍요로운 달에 그대들이 받은 축복과 기쁨도 가히 넘치는 것이길 바랍니다. 오늘 그 심정의 기후는 어떠들 하신지요. 백옥같이 (실은 백옥같지는 않았다) 빨아 넌 빨래들은 바람을 안고 햇빛 안에 너을 거리며 해 그림자는 뽀얗게 마른 땅 위에 망사를 덮었을 겁니다. 열어 젖힌 창문을 넘어오는 바람은 갖가지 꽃나무를 쓸어 와 터질듯한 꽃향기를 솨아솨아 뿌려주곤 했을라나. 오후쯤 지나서 몆가지 저녁 찬거리를 사러 갔을 땐 물거픔 처럼 자잘한 땀방을이 머리 밑을 촉촉히 축여 주었으며 그대들은 흘려버린 무언가를 찾듯이 그 몆 번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거기에도 햇빛이 하나가득 널려 있었구요. 구름 넘어 또 구름. 아득한 날 꽃잎처럼 흘려 보내던 ..

순수의 평화

언제나 바쁘다는 의식 속에 잡혀 지낸다. 일한 것의 질량을 되돌아 보면 우습도록 보잘것 없는데요 감당 못 할 분망이 나를 지배 하며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몰아붙히곤 한다. 가슴속은 더 바쁘다. 마음에 파도 치는 물이랑이 기슭으로 밀려와 차례로 부서진다. 잠시 공중에 치솟고는 풀어져 종이처럼 얇개 해안에 드러 눕는 물결들. 나도 그렇게 누워 버리고 싶다. 두 팔을 길게 드리워 힘을 빼고 마치도 영원속에서처럼 오래 오래 눈감아 있다면 좋겠다. 모든 감관을 닦아 두고 오직 젹멸 가운데 머무르며 안식의 기름을 온몸에 발랐으면 싶다. 살갗을 통해 몸속의 오장육부에도, 그리고 영혼의 전역에까지골고루 향유를 입힌다면 좋으련만은. 사람의 육체는 결핍된 영향분을 청구 하도록 마련이고 이것이 병중으로 나타난다고 들었다. ..

고독한 낙서 #

얼마만에 글을 쓰는건지 모르겠다. 점점 더 글 쓰기가 게을러 지고 있다. 아니 좀더 솔찍하게 말하면 언어를 잃어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래선 안되는데 다시 글 걸음마를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처럼 커피 한잔과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다. 오랜 습관인게지 꽃을 샘하는 봄 눈이 몇 차례 뿌리고 간 사이 벌써 여름이 와버렸다. 옷섭의 습기가 사뭇 그냥 이던 것을 여름 햇살을 쬐면 그 물기도 가녀린 수증기로 걷혀 가겠거니. 사람은 뭘 하고들 있나?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모든 이가 목소리를 합쳐 소리 지른다. 바르고 자유롭게 살자고 한다. 윤택하고 따습게 살자고 한다. 그야 인권의 발언이지. 겨우내 자기 땅의 역사를 묵상하던 이들이 지금 신선한 여름 새벽을 맞았다. 여름의 상명한 기운이 담향과 섞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