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999

고요하다 (낙옆과,한 여인을 보는 시선에 관하여)

무섭도록 이리 고요한 시간에 사람이란 거짓말을 못하리. 나의 마당 한쪽 아침에 나뭇가지엔 빈 잠자리 연한 자국만 남고 피 한방을 번진 듯한 다갈빛 잎새들은 차건 땅 위에 눈을 감았구나 모래시계의 모래가 보스락거리는 만큼의 마른 손가락질 이것들 숨소리가 밤 안개로 피었거니........ 낙옆은 철새인양 오는 엄숙한 애상. 매양 엇비슷한 눈매의 사변을 일깨우며 내집 앞 잔디위 뿐 아니라 우리의 가슴으로 날아 들기도 한다. 마치 잠을 청하며 오는 나비들과도 같더니 만산 낙옆이요. 골짜기 마다 덩그러니 낙옆의 더미다. 도시의 가로수도 저마다 조락을 견디며 서 있고, 정원의 수목 또한 몆일 새 껑충하니 여윈 목덜미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탈락한 손까락이나 한 웅큼의 검은 머릿카락을 내려다보는 듯한 심정으로 나무는..

미스터 션샤인을 본 후 의식을 치르듯 글 앞에 앉는다 2

사람은 결정해야 한다 날마다 뭣인가에 대해 결정하며 심지어 한번 정해버린 일도 거듭되풀이해 마음안에 이를 세기고 몆 번이라도 새로운 일과 같이 이를 다짐하는 수가 있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못하는 일은 자기의 출생과 마침내의 죽음 뿐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결코 우리들자신 이것을 선태, 취사, 또는 책거하지 못한다. 이것마는 참 어쪔 도리가 없기에 참으로 숙명의 돌문이라 부를만도 하리라. 시간이 멈춰서는 이른 결코 없겠는데 있다면 죽음이 와버린 오직 그 때 뿐이겠는데, 지금 나의 시간은 정지된 시계추처럼 한 점에 정착해 있는것만 같다 지금은 가을이 한창일때 하늘 먼 데서부터 새털 같은 눈발은 나브끼며 먼 곳에서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밤의 수레는 막바지를 넘었고 동트는 첫 새벽이 멀잖아 우리창에 무수히 볼..

미스터 션샤인을 본 후 의식을 치르듯 글 앞에 앉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안식처를 찾아 좌정하는 일에 서툴고 매양 허술한 변방에서 꿈꾸듯 먼 불빛을 바라 보는 마음씨 그쯔므로 서성이는성 싶다. 남을 받아 주는 수용에 인색하고 자기를 내어 마끼는 일에 주저 하면서 하나 같이 굶주려 기진해 있는 듯 싶다. 더구나 나는 혼자 있는 시간 따위를 도저히 오래는 참지 못하며 건가을 상해 두러눕게 될 때라도 몸보다 마음이 먼저 비참해져 버려 실없이 눈물을 잘 쏟는다. 감상이 상습이며 엄텅나게도 취약해 있는 나 자신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았을 것인가. 사람의 고뇌 중에 그 첫번째가 실로 스스로의 무게요 그 마지막 또한 스스로의 무게일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삶에 백가지 고뇌가 따른다고 한들 어차피 그 으뜸은 것은 자기 자신으로 인한 무궁한 회의 또 그 오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