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999

목가적 풍경의 노래

샘에 한없이 물이 괴듯이 공기나 바람에 있어서도 뒤를 이어 솟아 나는 무량의 근원지가 있을것 같다. 공기 오염이 없는 전원이나 싱그러운 나무들이 혜치고 들오 서는 산길에 이르면 혼탁한 두뉘가 수저어럼 닦여 지며 바람의 단맛과 대기의 자영분도 금새 알아 차리리라. 사람의 신생아처럼 바람에도 지순무구한 탄생들이 즐을 이을 것이며 거기에는 아마도 성지겠거니 여겨진다. 갓 태어난 바람들을 만나고 싶어 나는 조금 전에 내 집앞 산을 올라 갔다 내려왔다. 멀리는 갈 수 없고 간혹 밤글에 지치거나 밤 사진 작업에 지쳐 가슴이 죄여 들거나 하면 집앞 산에 올라가 몆번 심호흡을 한다 우람하게 솟아 있는 은행나무, 감나무, 호두 나무, 이름도 모를 나무 위로 웅려한 바람들이 아늑히 얹혀 그 위의 억만 별떨기로 부터 뜨거운..

나의 마지막 인연이 당신이라면 이 편지를 받아 보십시요.

늘 그렇지만 오늘따라 늦은 기상을 하고 그리 넓지 않은 마당을 서성이고 있을 때 공중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나무비늘들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다가올 추위를 견뎌낼 나무들의 수피가 요 몆일 따뜻한 날씨로 인하여 수분으로 녹아져 생선 비늘 같은 몇 부스러기의 갈색 껍질을 떨구었습니다. 올려다 보니 싱그러운 오후 창공에 나무 기러기떼 떠 있듯이 나목 가지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뭔가 가슴을 쳐 오는 장쾌의 느낌이 샘솟았습니다. 마지막 사람이여. 내 눈이 볼 수는 없었으나 천지간에 안개이듯 구름이듯한 수증기가 완연 합니다 모든 틈서리에까지 이른듯 하나 신춘의 입김이 흥건히 젖어들고 만상이 속속들이 축여지고 있다는 사실. 처음으로 눈 뜬 사람처럼 놀라움과 희열이 나의 핏줄 속을 감돌았습니다. 사람 한 평생에 몇번이나 ..

고독한 낙서

글 걸음마를 시켜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난 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을까. 제탁을 생각해 본다. 실박한 네 다리를 높다라니 뽑아 올리고 그 위에 판자 하나를 깐다. 이 과정을 무척 공들이고 정밀한 목조각 으로 이루이 내는 소도 있다 왜 그럴까. 제탁을 무엇에 쓰려 하기 때문일까. 대답은 아주 쉽다. 제탁을 만드는건 촛대 하나를 올려 놓기 위해서이고 더러는 과기나 향로를 얹어도 둘 쓸모를 위한 마련이다. 어느 특별한 하루나 한 시간을 위해 우리의 시간에 아득히 쌓아 올려 지고 그 아찔한 꼭두에 고귀한 한 보람이 잠시 피어 오르기도 한다. 빛과 그늘이 한시에 숨죽이는 오직 유례 없는 시간. 가령 장미 한 송이에 있어 그 진미의 사간은 불과 5분간이라지만 한 정신과 그 정신이 빛어 내는 시간의 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