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02

내 텃밭 그 후

내 밥상에 효자 채소다. 처음 심을때만 해도 과연 내가 따 먹을 수 있을까 생각 했는데 이젠 가장 실하게 자라주어 아침마다 내 밥상을 풍성하게 해 주며 내 깔깔한 아침 입 속을 애무해 준다. 이젠 속을것도 거의 없고 열무김치를해야 할때가 온것 같다. 상추와,방울 토마토인데 상추는 옆 밭으로 옮겨 심기를 해서 드문 드문이다. 대나무에 묶여 있는건 방을 토마코인데 비가 오지 않는 탓인지 거름이 부족한 탓인지 삐쩍삐적 말라 죽어 가고 있다 더 잼있는건 키는 안 자라면서 열매가 달리기 시작 했다는거다. 뒷쪽은 토마토이며 아랫쪽은 청양고추와 풋고추이다. 이 놈들 역시 내 속을 무척이나 썩인 놈들이다. 아침마다 풀을 뽑아 주고 저녁마다 물을 주었고 어디서 본건 있다고 대나무를 꺽어다가 말뚝까지 꼽아 줬건만 무슨 이..

휴식,그리고 신망.

오랜만에 글을 써 보자고 자리에 앉아 본다. 저 셔츠는 여름이면 어김 없어 나의 추하고 더러운 몸뚱아리를 가려 주는 가리개다. 옷걸이에 걸려 한줄기 빛을 받고 있는 셔츠에 내 눈길이 머문다. 무엇때문일까. 무엇이건 쉽사리 얻는 듯이 보이던 사람도 어느 땐 냉엄한 거부 앞에 춥게 세워진 나 자신을 본 걸까? 처음엔 이럴 수거 없다고 여기며 주먹으로 문을 두드린다. 가슴으로 떠밀어 보고 다시 머리를 부딪는다. 실오라기 보다도 가늘고 긴 유혈. 이건 열리지 않는 문이다. 비로소 그 실감이 전신에 퍼져돈다. 불시에 입은 총상처럼 어이 없다. 날이 저문다 빌어먹을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부터는 연지빛 놀이, 분결 같은 하늘에 선훙을 함빡 물들인 하늘은 볼 길이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하늘 이라곤 희쁘연 먼지와 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