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1

그 이름에게

(어제 새벽에 부산에 가고 싶어 새벽3시에 집을 나섰고 고속도로를 달리던중 부산 다 가서 만난 낙동강의 안개가 낀 뚝길이 눈에 들어 왔다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삼각대를 펴고 몇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중 안개가 많이 끼어 시야가 흐른 상태에서 대형 트럭이 갓길가까이 까지 왔고 아주 빠릍 속도로 지나갔다. 아찔했다. 곧 이어 고속도로 순찰차가 왔고, 정신이 있는 사람이냐 없는 사람이냐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 하면서 나를 혼냈다. 더 찍고 싶었는데 하는 수 없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던 새벽 이였다). 그래도 다행히 내 맘에 드는 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황급히 찍은 사진 인데 잘 나와 줘서 고맙다 사진기야). 나는 누군가에 대해 강렬하고 쉼없이 호명의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름을 통해, ..

오랜만에

오랜만에 미륵산에 올라갔다. 그다지 높지도 않은 산 이였음에도 땀이 비오듯 했고 다리는 천근만근 이였다. 함께간 주나는 살판이 난듯 온 산을 휘집도, 나는 헥헥 거리며 그 놈?(아니다 뇬이다) 의 뒤를 따라 결국 정상에까지 오르긴 했는데 날씨가 영 아니였다. 그런데 순간 구름 사이로 빛이 내려 오는듯 하여 빛내림을 기대 하고 셔터를 눌러 보았으나 그 빛내림은 너무나도 미비하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양으로 그치고 말았다. 결국 난 또 멀리서들 케이블카를 타보려고 온 이들을 찍을 수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날씨가 안 도와주는 통에 소득이 없는 하루 였다. (사진을 클릭 하면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오탁번 - 굴비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

오래전에 썼던 편지 중에서 삽입음악은 (Scoobie Do - Namorada do Vento(FREETEMPO echoed mix) 입니다.

오늘밤은 편지를 쓰겠습니다 사신이 귀해진 지금의 세태에선 못견디게 편지의 향수가 치받곤 합니다. 오늘의 남은 시간 동안 아니 동이 트기 전까지 나는 편지를 쓸지도 모르겟으며 이를 당신에게 띄워 보내겠습니다. 내 자신의 영혼의 거주지와 얼마 멀지 않은 번지수에 당신은 사시니까요. 어쪄면 동일한 번지에서 당신과 내가, 아니지요 당신의 영혼과 나의 영혼이 말수도 별로 없이 아주 소박하게 함께 지낼듯합니다. 지금 시각은 정확히 세시 오십 삼분 막 감아 빗은 머리가 축축하니 살갗에 냉기를 적십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보이지 않는 시간에 얹혀 와서 천천히 나의 모발을 말려 줄것이고 그때쯤엔 나의 편지도 끝인사에 접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칠흑같이 어둡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시간 입니다 날마다의 밤을 마지막 ..

세 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세 번째 이야기. (영혼의 목마름에 대하여)

Monty Alexander - Moanin 입니다. 지금 이곳은 비가 수직으로 서서 미친듯이 꼬꾸라지고 있다. 내 주위를 둘러 본다. "물건들의 여벌이 생겼군" 혼자 중얼 거리며 스치는 생각. 바지가 여러벌 (과연 저 중에 내가 입는건 몇벌이나 될까, 혁띠도 몇개 만년필도 두서너게 유심히 바라보니 색조차 바래 버린 원고지도 여러권 있다. 카메라 렌즈도 여러개. 무섭게 몸을 죄는 고물가와 궁핍의 와중에서 몇가지의 품목이나마 좀 헐거운 포만이 있어지는 일이 고맙고 죄스럽다. 동시에 전에 없던 새 사태가 와서 덮치는 일에 무심할 수가 없다. 뭐냐면 물량과는 반비례하여 정신의 갈증이 더욱 불붙는 일이다. 세차게 떼밀리는 비참한 굶주림이요. 깊은 수렁에 빠지듯이 내 삶의 의미에서 실족해 떨어질 것 같은 그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