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4

잠글 수 없는 무개 / 배 용제

한밤중. 어둠 한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오래된 수돗꼭지 속 혈은 귀통이로부터 빠져나오는 울음의 찌꺼기. 욕실 새면대 위로 잠기지 않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수도꼭찌 끝에 잠시 웅크리며 온 힘을 다해 끝어 모은 동그랗고 작은 무게가 고인 어둠을 두드린다 아무리 비틀어도 잠글 수 없는 무게. 헐어 버린 분량만큼 연거푸 흘러나온다 곤두서도록 귓속을 파고드는 또렷한 소리가 된다 어둔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된다 단 한번의 소리를 위해 스스로를 깨트려 열린생을 짧게 마감하는 무게는. 좁은 관을 통하여 세상 밑바닥을 흘러 오는 동안 잠기거나 막혀 터질것 같던 시간과 쉽게 쏫아져 버린 기억의 해방. 녹슨 구석에 고인 무게를 비틀어 조인다 목올대 끝으로 거친 압력으로 밀려오는, 내 혈관과 신경줄을 흘러 다니는 것들의..

무채색 피 - 박건호 / 고독한낙서 낭송

박건호 - 무채색 피 마실 갔다가 바짓가랑이 적시고 돌아오면 사랑이다달없는 그믐 밤이거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걷지만 어느새 온몸을 함초롬히 적셔오면 사랑이다얼핏 바라보면 돌의 표정을 하고 움직일 것 같지도 않으면서 가벼운 콧김에 살랑살랑 흔들리면 사랑이다설악산 흔들바위처럼 흔들흔들 하면서 쓰러지지 않으면 사랑이다살짝 손을 한번만 대보고 맥박 소리를 느낄 수 있으면 사랑이다가끔씩 시베리아식 바람이 불어오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가슴에 불의 화상을 입으면 사랑이다정열을 속에 감추고 며칠씩 견디려고 하다가 ? 몸살로 온몸이 펄펄 끓게 되면 사랑이다감춰진 표정들을 읽으면서 피차 모른 척하면 사랑이다우리를 취하게 하면서 알코올 성분이 없으면 사랑이다술보..

회색 글씨의 낙서2

1 어수선한 계절 패자의 넋두리와 같이 못생긴 말들을 이 사이버라는 공간에 흐린글씨의 낙서를 남긴다. 이 현실에선 바깥이 내다 뵈는 창문하나도 없이 어둡고 다시 어두울 뿐이다. 실상 이 어둠은 좀 과하다. 전혀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걸. 내 아이들은 둥지속의 제비처럼 둘이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있다 만일 울기 시작 하다면 그 울음 폭포처럼 검은 벼랑을 굴러내려 그 끝에 내가 꼭 죽을것같다. 저 아이들의 뒷모습 속엔 참고 있는 울음이 보여 가슴이 쓰리다. 그래 죽지 않으려면 울음을 참아야 한다. 참자 참자고 외치는 내 속마음의 서러운 음성. 돌을 씹는 듯이 상막하고 울적한 자의식의 비참을 어떻게 나 풀랴.. 신을 믿지 않는 까닭일까. 이럴때 신이 돌아 안자있는것을 느끼는 건 내 삶이 어설픈 탓일까. 그..

기형도 - 노을

기형도 / 노을하루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長으로 몰려들어몇 점 폐후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時의 참혹한 刑量단 한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무서운 時間勝負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을 몰아내고 있다.都市는 곧 活字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이 되리라.勝負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午後 6時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밤..

세 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

1. Nana Mouskouri - Hartino To Feggaraki 7. Nana Mouskouri - Only Love 2. Nana Mouskouri - La Paloma Blanca 8. Nana Mouskouri - Prisonnier Dans L`Ile 3. Nana Mouskouri - Leise Rieselt der Schnee 9. Nana Mouskouri - Qui Sait Ou Va Le Temps 4. Nana Mouskouri - Mia Fora Ki Enan Kairo 10. Nana Mouskouri - Samiotisa (1) 5. Nana Mouskouri - Nabuco 11. Nana Mouskouri - Yolanda 6. Nana Mouskouri - Never..

사랑하지 않는 者, 모두 유죄다 - 조민혁 낭송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다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해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 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당신에게 - 장석주 (조민혁 낭송)

당신이게 / 장석주 잎을 가득 피원낸 종려나무, 바다에 내리는 비, 그리고 당신 그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몇 날 며칠의 괴로움 숙고 끝에 나는 당신의 사랑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부디 내 거절의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빕니다 나는 이미 낡은 시대의 사람이고 그러니 당신이 몰고오는 야생 수목이 뿜어내는 신선한 산소를 머금은 공기에 놀라 내 폐가 형편없이 쪼그라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나를 가만 놔두세요, 더 정직하게 말하지요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혼자 잠들고, 혼자 잠깨고 혼자 술마시는 저 일인분의 고독에 내 피가 길들여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오로지 어둠속에서 일인분의 비밀과 일인분의 침묵으로 내 사유를 살찌워 왔습니다 내게 고갈과 메마름은 이미 생의 충분 조건입니다 난 사막의 모래..

어제 / 박정대 (고독한 낙서 낭송)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 李賀의 를 중얼거리다가 끝내 술을 마셨다, 한때 아픈 몸이야 술기운으로 다스리겠지만, 오래 아플 것 같은 마음에는 끝내 비가 내린다 어제는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환청에 시달리다 골방을 뛰쳐나가면 바람에 가랑잎 흩어지는 소리가, 자꾸만 부서지려는 내 마음의 한 자락 낙엽 같아 무척 쓸쓸했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면 메마른 가슴에선 자꾸만 먼지가 일고, 먼지 자욱한 세상에서 너를 향해 부르는 내 노래는 자꾸만 비틀거리며 넘어지려고 한다 어제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슬펐다, 네가 너무나 보고 싶어 언덕 끝에 오르면 가파른 생의 절벽 아래로는 파도들의 음악만이 푸르게 출렁거리고 ..

성숙 그 염원에 대하여

하늘에서 치면 땅이란 얼마나 깊은 곳인가. 이 깊으디 깊은 데까지 모든 빛들은 줄을 지어 내려온다. 하루의 햇빛 다 따르고 나면 뒤를 이어 달빛 별빛이 또 쏫아져 오는 것을. 밀집하여 숲을 이루는 빛, 빛, 이로 하여 땅위엔 자욱히 빛들의 안개가 서리는 것임을. 어느날은 성총의 환한 너울자락 같은 눈이 나린다. 수평으로 손을 펴들고 정결한 환희를 두 손 가득히 바다본다.체온에 녹에 서서히 물로 풀리는, 차갑고 유리처럼 투명한 것이여. 그리고도 자꾸자꾸 더 내려오는 석고의 꽃잎, 가벼웁디 가벼운 깃털 같은 것이여. 꿈속이 아니면 이럴 수가 차마 없을 꿈 같은 광경들이 우리의 삶을 헐거운 결박으로 느슨히 보듬어 주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답하는 어떠한 일상을 살 것인가. "그대의 목마름을 안다. 그렇다고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