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4

당신에게 / 장석주 (배경음악 Gurdjieff, Tsabropoulos- Armenian song)

잎을 가득 피원낸 종려나무, 바다에 내리는 비, 그리고 당신 그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몇 날 며칠의 괴로움 숙고 끝에 나는 당신의 사랑을 거절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부디 내 거절의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빕니다 나는 이미 낡은 시대의 사람이고 그러니 당신이 몰고오는 야생 수목이 뿜어내는 신선한 산소를 머금은 공기에 놀라 내 폐가 형편없이 쪼그라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나를 가만 놔두세요, 더 정직하게 말하지요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혼자 잠들고, 혼자 잠깨고 혼자 술마시는 저 일인분의 고독에 내 피가 길들여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오로지 어둠속에서 일인분의 비밀과 일인분의 침묵으로 내 사유를 살찌워 왔습니다 내게 고갈과 메마름은 이미 생의 충분 조건입니다 난 사막의 모래에 묻혀 일체의 수분..

누군가의 영혼을 원할 때

"그대의 영혼을 나에게" 쌩뚱맞기로 일각연이 있는 내가 오늘도 역시 쌩뚱맞은 소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게 무슨 말인가. 어설프고 낯이 선 이 말이 무슨 뜻이란 말일까. 그런데도 또 이와 같이 말한다. "그대의 영혼을 나에게" 이건 이방인의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말한다 삶의 마지막 말처럼 그동안 사람의 눈시울이 너무나 말라 있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모두 함께 울자. 어치피 좀 울어야 할 판국이었거든 여기 모여 커다란 합창처럼 울자. 뿔뿔이 흩어져소 울지 말고 패전한 운동선수들처럼ㅅ로 두 팔을 얽어 안고 뜨거운 동그라미가 되어 울어 보자. 인색하게 찔끔 거리지 말고 펄펄 끓는 더운 눈물을 폭포수 처럼 쏫아 내자. 빌어먹을.. 헌데 참 이상하지. 띰밴 몸뚱아리들이 갑자기 측은해서 못견디겠는 기묘한 충동으로..

초록 물고기 (배경음악 Chloe Goodchild- Kyrie)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진리들이 있다.. 그렇게 의식속에 자리잡은 진리 중 하나는.. 한가지 소중한 것을 얻는다는 것 글세...... 그 어떤 소중한 하나를 잃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슬쩍 아무것도 모르는 듯 외면하던 내게..새삼.. 초록물고기는 넌지시 물어온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느냐고.. 막둥이가 보았던 초록물고기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를 보내고 살아남은 이들이 잡아올린.. 초록물고기는 또 무엇이었는지.. 감독은 조심스레, 하지만 참 아리게.. 그렇게 우리에게 던져놓는다.. 살아간다는 건 그런거라고... 그런거라고... 이 창동 감독은 잔인하다.. 세상의 복판을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영화 속 모든 삶들속에.. 결코.. 한치, 동정의 시선조차 보내지 않는다.. 막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