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쓰는 흐린 낙서 (배경음악 10.000 Maniacs - Dust Bowl)
만조 되어 기슭에 돌아오는 물처럼 세월의 백사장를 쓸며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물을 앞질러 먼저 해안에 드러눕는 가을, 큰 키로 일어서면 하늘 꼭대기까지 닿는다 천지간에 수북이 담기게 된 가을이 나의 온 몸에 청량한 물방울을 끼얹는다. 머리를 감아 빗고 전축 판을 올리는 기분으로 파일을 틀어 본다. 해이에 얹혀 출렁이면서 오는 음악의 범람 이내 젖어서 젖어서 못 견디게 된다. 이 물줄기를 타고 아무 전류나 와 버리면 어쩌나? 삽시의 감전으로 온 세상의 가을이 모조리 불 붙으면 어쩌나? 해마다 첫가을에 간직한 색칠을 하듯 계절의 설레임이 번져 오곤 했는데 이 때문에 병이 또 깊어 지면 어쩌나? 갈수록 내 감정은 익어가고 달가와져 너무나 쉽사리 선정의 전기줄에 감겨 버린다 두 손을 활짝 펴, 박제의 나비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