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4

고독의 심연에까지 손끝이 닿아 보고 싶었습니다. (배경음악 Lhasa - My Name)

정신을 혹사 하는 데 비해 그 심정이 쓸쓸할때 언제나 바쁘게 자기를 돌 볼 사이 없이 지내면서 마음 속은 노상 비어 허전하고 때때로 미칠것 같을때 나는 자주 감상에 잠기게 되나 봅니다. 바쁘면서 쓸쓸하고 추우면서 쓸쓸하고 언제나 멋대가리 없는 내 바지 자락에 붙어 다니는 집착스런 고독을 어느 땐 빈 방에서 어느 땐 사람들이 많은 한길에서 덥쑥 정면으로 안아 버릴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별볼일 없는 글 나부랑이를 쓰면서도 울컥 핏덩이 같은 고독이 치밀어 오르기를 잘해 정녕 어이가 없어 환장할 노릇 입니다 지금 이 방은 모든것이 어수선하며 밤도둑이 들어와도 탐내어 집어 갈 것이 없을 정도로 납루한 것들 뿐이며 담배 냄새로 찌든 두평 반 남짓한 ..... 허기야.... 고독의 넋두리 따위는 이미 낡고 낡은 얘..

가을에 쓰는 흐린 낙서 (배경음악 10.000 Maniacs - Dust Bowl)

만조 되어 기슭에 돌아오는 물처럼 세월의 백사장를 쓸며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물을 앞질러 먼저 해안에 드러눕는 가을, 큰 키로 일어서면 하늘 꼭대기까지 닿는다 천지간에 수북이 담기게 된 가을이 나의 온 몸에 청량한 물방울을 끼얹는다. 머리를 감아 빗고 전축 판을 올리는 기분으로 파일을 틀어 본다. 해이에 얹혀 출렁이면서 오는 음악의 범람 이내 젖어서 젖어서 못 견디게 된다. 이 물줄기를 타고 아무 전류나 와 버리면 어쩌나? 삽시의 감전으로 온 세상의 가을이 모조리 불 붙으면 어쩌나? 해마다 첫가을에 간직한 색칠을 하듯 계절의 설레임이 번져 오곤 했는데 이 때문에 병이 또 깊어 지면 어쩌나? 갈수록 내 감정은 익어가고 달가와져 너무나 쉽사리 선정의 전기줄에 감겨 버린다 두 손을 활짝 펴, 박제의 나비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