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5

가을에 쓰는 흐린 낙서 (배경음악 10.000 Maniacs - Dust Bowl)

만조 되어 기슭에 돌아오는 물처럼 세월의 백사장를 쓸며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물을 앞질러 먼저 해안에 드러눕는 가을, 큰 키로 일어서면 하늘 꼭대기까지 닿는다 천지간에 수북이 담기게 된 가을이 나의 온 몸에 청량한 물방울을 끼얹는다. 머리를 감아 빗고 전축 판을 올리는 기분으로 파일을 틀어 본다. 해이에 얹혀 출렁이면서 오는 음악의 범람 이내 젖어서 젖어서 못 견디게 된다. 이 물줄기를 타고 아무 전류나 와 버리면 어쩌나? 삽시의 감전으로 온 세상의 가을이 모조리 불 붙으면 어쩌나? 해마다 첫가을에 간직한 색칠을 하듯 계절의 설레임이 번져 오곤 했는데 이 때문에 병이 또 깊어 지면 어쩌나? 갈수록 내 감정은 익어가고 달가와져 너무나 쉽사리 선정의 전기줄에 감겨 버린다 두 손을 활짝 펴, 박제의 나비 표..

오랜만의 외출 (음악 Ismael Lo - Jammu Africa)

삶의 더듬이를 모두 써 보자. 깨어 있는 감관으로 낱낱히 다 음미 하여 보자. 그것이 하찮은 풀 한포기라도 말이다. 불로 굽고 두드려서 칼로 만드는 燒成의 현장에도 머물자. 겁내지 말고 불속에 뛰어 들자. 사람의 허무에 절망 하면서 사람에의 연민과 축복으로 돌아 앉은 그 뻐저린 관용을 몸에 익히자. 신이 하나의 이름을 부를 때 둘이 함께 대답하게 되는 눈물겨운 순정에도 이르러 보자. 그리고 사랑하며 오늘처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