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이런 기도는 어떨까. (배경음악:I Muvrini - E Dumane Dinu..외3곡)

ivre 2010. 11. 28. 03:14


2 Irina Bjorklund - So She Runs

3 Joanne Shenandoah - Kahawi'tha

4 Mickey Newbury - I Don't Think Much About Her No More


 

언제나 바쁘다는 의식속에 잡혀 지낸다. 일한 것의 질량을 되돌아 보면 우숩도록 보잘것 없는데도

감당 못한 분망이 나를 지배하며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볼아 붙이곤 한다.

가슴속은 더 바쁘다. 마음에 파도 치는 물이랑이 기슭으로 밀려와 차례로 부서진다.

잠시 공중에 치솟고는 풀어져 종이처럼 얇게 해안에 두러눕는 물결들.

나도 그렇게 누워 버리고 싶다. 두 팔을 길게 드리워 힘을 빼고 마치도 영원 속에서처럼

오래 오래 눈감아 있다면 좋겠다. 모든 감관을 닫아 두고오직 적멸 가운데 머무르며 안식의 기름을

온 몸에 발랐으면 싶다. 살갗을 통해 몸속의 오장육부에도, 그리고 영혼의 전역에까지 골고루

향유를 입힌다면 좋으련마는.

사람의 육체는 결필된 영양분을 청구 하도록 마련이고 이것이 병중으로 나타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사람의 정신도 그래야만 공평하리라.

내 정신은 더우기나 결핍투성이라고 잘 알고 있다.

첫째로 윤활유가 모자란다. 건조하여 조율이라곤 엉망이다.

나는 따습고 촉촉하게 적셔지고 싶다. 길이를 더하여 침잠의 완충 지대를 가지고 싶고 소리도 없이

창공으로 날아오를 그 비상을 원한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이러한 바람과도 단절의 벽을 치고 있지나 않은지.

내면의 궁핍, 철문이 내리듯 하는 육중한 폐쇄가 나를 위협하면서 따라 오는게 아닌지.

자기로부터의 자유와 자기로부터의 평화가 없으면 사람의 명분은 결코 온전하지 못하다.

참수의 형틀 위에서도 의연할 수 있었던 도량과 유연함을 한사코 추구해 나가야만 한다.

불가에선 선연을 펴고 앉아 적멸에 몰입한다는데 그 때 과연 어떤 세계를 보게 되는지를  알고 싶다.

대낮에도 어둑한 법당 향내음보다 더 길게 깔리는 고요는 불전의 어느 대목에서 풀게 될 것인지를 알고 싶다.

그곳에 모신 부처님의 모습에선 무아경의 아름다움이 자잘한 물살처럼 퍼져나온다.

첫 새벽 눈을 뜨면서부터 사람의 내부는 소란하다 밤새워 걸어온 사람처럼 이미 지쳐있고,더하여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돌아간다. 시계안의 작은 톱니바퀴가 서로 물리면서 시간의 작은 단위를 헤이듯이

내 안의 간관들도 미세한 가동을 담당하면서 소모되어 간다.

속되고 소인적인 요소들이 공연히 부산만 피운다고 여겨질 때 자의식의 비참은 극단에 이른다.

이런 일이 모두 어이없고 슬프다.

평화는 하늘의 것이라고 할 만큼 아득하다. 치졸한 열기와 터무니 없는 소란들을 털어내고 눈섭도 쉬원해질

유연한 기우를 가져보는 게 남은 날의 소망이다. 진정한 평화를 이 때에야 깨닫게 될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