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1

세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3

엇그제 아들놈이 회식하고 남은 맥주 한 병을 가져 왔다. 하이트 1.6리터짜리. 적당히 취기가 온다. 마지막잔인듯 하다 이 잔이. 기특하구나 아들. 고맙다 니 덕에 이런 싯귀가 생각난다. 아침엔 나뭇가지엔 빈 잠자리 연한 자욱만 남고 피 한 방을 번진 듯한 다갈빛 잎새들은 차건 땅 위에 눈을 감았구나 이러한 시 한 귀절을 입속말로 외워본다. 그런데, 빌어먹을 시 제목도 시인의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낙옆은 철새인 양 오는 엄숙한 애상, 매양 엇비슷한 눈매의 사변을 일깨우며 우리의 가슴으로 날아 들기도 한다. 마치 잠을 청하며 오는 나비들과도 같이, 만산 낙엽이요 골짜기마다 덩그러니 낙엽의 더미다. 도시의 가로수도 저마다 조락을 견디며 서 있고, 아파트 정원의 수목 또한 며칠 새 껑충하니 여윈 목덜미..

단상

나의 주변엔 늘 손에 잡히는 것이 있고 실감은 나지만 잡을수가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 어떤 것에 나는 집착하고 고민하는가... 사람들에 둘러싸인 일상과 일들.. 그리고 고민과 사랑... 인간을 인간답게 주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고마운 고민과 결실들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만... 때론 그 전시되고 각인된 일상으로 인해 심한 무력감과 답답함 또한 진정으로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인훈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그렇게 훌륭하게 만들어준 역사적 추억이라는 것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오늘도 손으로 연신 매 만지며 때를 빼내고 심지어 광을 내야만 하는 그런 살붙이같은 자신만의 존재감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 말뜻을 백번 이해했다. 실감했다..... 우리가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강물 ..

그 놈

1 그놈은 맹목적인 열에 안긴다. 그림자도 없이 도무지 그놈만이 불타는 외로운 열에, 지치고 소모되고 이렇게 날마다 간다. 2 그놈은 식어버린 잿덤불 속에선 가녀린 풀잎 하나 솟아나지 못하리라고 불길한 주언처럼 말해버리고 만다. 3 밤이 깊다. 머리를 풀고 달랑 하나인 전등을 끈다 4 신문을 봤다. 거기엔 죽은 그놈들의 얘기가 나 있었다. 정신으로 죽은 그놈들. 읽을수록 그건 불쌍하다. 5 그 심산유곡엔 산 이도 죽은 이도 없고, 여름이 벗고간 날개 옷들이 바람에 너을대는 잊혀진 연과도 같았다. 계절의 추위를 통해 손 펴시는 태초의 할배 할매의 섭리의 역사가 어느 질서 안에 조용히 음직이고 있었다. 6 빙설이 알프스를 넘던 보나파르트 네폴레옹, 그의 이름이 광고에 끼어 나온다. 심야, 거대한 허무가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