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1

외로워 져야 보인다

상처가 스민다는 것 / 강미정 서두를 것 없이 사흘 동안 비 내렸다 빗길 그 사이에 점자처럼 도드라져 있는 파릇한 상처를 밀어 올리며 당신 꽃 피었다 숲과 나무가 천천히 스미듯 땅과 비가 천천히 스미듯 젖는 일이란 제 속의 마디를 끊어내는 일이었다 제 속으로 새 마디를 하나 새겨 넣는 일이었다 당신이 내게 소리 없이 스미어왔던 것처럼 내게 스미어 내가 모르게 된 것처럼 천천히 스미기 직전의, 수만 떨림의 촉수를 뻗었던 누군가가 내 인생에도 있었음을 알겠다 가슴 속 상처가 스민 그 자리에서 길을 더디게 걷는 일처럼 소리도 없이 서로 스미려고 그 얼마나 많은 비 내리고 바람 불었는지 몇 날 비에 젖고 있는 창 밖의 풍경처럼 적조하고 단조로운 음절도 때론 사무친다는 것 어느 사랑이 비의 경전에 귀 기울이며 젖..

닮음이 만들어낸 기분좋은 고독(봉평동)

여러 겹으로 된 한 통의 연애편지 강미정 저렇게, 계단에도 창문에도 전봇대에도 붙어서 우는 매미처럼 저렇게 지겹게 저렇게 표독하게 저렇게 애절하게 생을 다하여 부르는 이름이 한 번 되어 볼래? 생이 다 질 때까지 놓지 않는 독한 향기가 되어 볼래? 애타는 목소리로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우리, 사랑이라는 걸 한번, 해 볼래? 외로워도 외롭다 말 못하고 괴로워도 괴롭다 말 못하는 자신을 견딜 수가 없어서 컴컴한 땅 속으로 제 몸을 던진 굼벵이가 매미의 전 생애일지도 몰라, 말하는 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너의 눈물 속에 갇힌다 파르르, 떠는 꽃잎처럼 너는, 운다, 울어도 내 울음소리가 나에게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서 실컷, 울 수 있는 폭풍우가 몰아쳤으면 좋겠어, 성난 바다로 달음박질쳐 가는 내 가슴속에도 사나운..

나는 어느 길로 가야 할까.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막 들어 오는데 시간은 12시가 넘었죠 바깥에는 엎어놓은 양재기 어머이가 배추 담는 큰 양은 그릇에 추녀끝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 떨어지는 소리가 통통치는 소리가 어찌나 좋던지 밤이 가는지 세월이 있는지 모르고 자다 일어나서 한밤에 불렀죠. 이 밤에 잠은 오지 않고 생각나는 님 있으니 시나 쓸까 창문에 스미는 달빛 저 홀로 꿈꾸는 시간 대지는 잠이 들고 뒤척이는 담배연기를 마시며 이대로 밤이 지나가는 소리 귀기울여 들을테요 지나는 소리 흐르는 달빛 잠든 세상 은은해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대체 어드메냐 여봐라 나무야 거기 왜 있느냐 이리 가까이 오려므나 아무도 없는 이 깊은 밤에 한마디쯤 하자꾸나 저기 저 바람은 새로 온 바람이구나 여기 이 사람도 방금 전 그 모습이 ..

세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4 (배경음악)Madredeus - Na Estrada de Santiago.. 외 6곡

슬픔은 그리도 많은지, 목마름은 그리도 많은지, 진정 혼자의 시간이 무섭고 한번씩 나의 영혼이 전률하듯 처참히 소스라칠때가 있다. 언제나 우리를 돌보시며 함께 하신다는 성서의 신이 아니고 사람이 그래 줬으면 좋겠다. 니미럴..... 사람이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사랑 하며 내가 간망 하는 한 사람이 내 옆에 늘 있어 주고 산울림처럼 내 마음에 어김 없는 대답을 들려 줬으면 좋겠다. 하기야 이건 모두 사람 그 누구나가 가슴에 품어 절절히 갈구 하는 가장 보편적이며 기본 적인 욕구일것을 모른다 하지 않겠지만, 저마다에 있어 새삼 아프고 심각 하여 마치도 무류의 진실처럼 모든 비교를 초월해 통열히 불타는 무서운 염원이라 할 것이다. 어져면 평생을 지속하는 서러운 집념 이라고도 할 것이다. 인간의 통례라 할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