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음이 만들어낸 기분좋은 고독(봉평동)
여러 겹으로 된 한 통의 연애편지 강미정 저렇게, 계단에도 창문에도 전봇대에도 붙어서 우는 매미처럼 저렇게 지겹게 저렇게 표독하게 저렇게 애절하게 생을 다하여 부르는 이름이 한 번 되어 볼래? 생이 다 질 때까지 놓지 않는 독한 향기가 되어 볼래? 애타는 목소리로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우리, 사랑이라는 걸 한번, 해 볼래? 외로워도 외롭다 말 못하고 괴로워도 괴롭다 말 못하는 자신을 견딜 수가 없어서 컴컴한 땅 속으로 제 몸을 던진 굼벵이가 매미의 전 생애일지도 몰라, 말하는 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너의 눈물 속에 갇힌다 파르르, 떠는 꽃잎처럼 너는, 운다, 울어도 내 울음소리가 나에게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서 실컷, 울 수 있는 폭풍우가 몰아쳤으면 좋겠어, 성난 바다로 달음박질쳐 가는 내 가슴속에도 사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