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4

가버린 그러나 다시올 겨울새의 날개에게 (배경음악 child of the moon - mandragora scream)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겨울 하늘을 높히 날 수 있어야만이 진정한 새라고. 날개 끝에 무수히 바늘 꽂히는 냉기를 떠받고 바르며 아름답게 몸의 평형을 지탱하며 나는 그 유연한 날개짓. 사람이 다다르지 못하는 아득한 공중을 날아, 눈 덮힌 준령을 넘어 오는 새들의 날개짓, 하기야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눈떠 있었을 그 날아 오름이 혼백을 누가 막을 것인가. 그러나 생각해야 할 바가 있다. 새들은 그 나름의 전역을 다해 날고 있으며 사람들 역시 그러하다. 저마다 혼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이 공통점에 목숨을 지니는 자들의 뜨거운 공감이 있지 않으랴. 천진암 깊은 산중에 한 수도단체가 들어서게 되면서 연수한 수녀 한 분이 힘겹게 서울을 왕래한다. 하루에 한번 왕복도 벅찬거리인 걸 두번을 다녀갈 때가 있다고 하며 사라..

고독한 낙서

시지프스라는 사나이가 있다 그는 산 밑의 바위를 산 위까지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바위는 산꼭대기에 이르는 순간에도 산 밑으로 굴려 떨어진다. 시지프스는 신기슭까지 내려와서 또다시 바위를 끌어 올린다. 그러나 돌은 아래로 떨어진다. 거듭떠밀어 올린다. 올린다 떨어진다. 이 노동엔 끝이 없다 수십 수백 번을, 그리하여 죽을때까지도 되풀이 해야한다. 이건 형벌의 사실이여서 풀려날 도리가 없다. 산위의 바위는 단지 떨어지기 위해서만 있고 산 밑의 바위는 오직 올려 놓기 위해서만 있다. 그의 돌은 사상을 지니는 돌이다. 영원한 노동이라는 바로 그 사상이다. 수난의 사나이 시즈프스여, 그대의 눈빛을 보자 짙은 남빛의 고뇌와 투지를 읽어보자 그러나 그대만큼 시정(詩情)의 그네줄을 타는 사람이 또 있을것 같지..

편도 1차선 / 이 진수 (들으시는 음악은 / Agricantus - Amatevi 입니다)

가끔 그런 일이 생긴다. 길을 가다 보면 심심찮게 나무들이 차를 세운다. 태워 달라고 특유의 맑은 종아리를 쑥쑥 내놓는다. 그럴 땐 참 아찔하다. 허벅지 보고 뭐 봤다는 식으로 아찔 앗, 질 해 가며 나무의 은밀한 부분을 힐끗거리게 된다. 길에서 차 세우는 나무 중엔 저를 열어 주는 나무도 있다는데, 저 은사시나무를 태우고 바다 근처 바닷가에나 갈까. 가면서 슬쩍 맨 아래 가지를 당겨 볼까. 물관부 체관부까지 전진해서 나무와 몸을 섞으면, 내게도 물이 흐를까. 이파리가 다시 돋아날까. 막상, 새 잎이 돋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 상할 것 없으리. 편도1차선의 비좁은 생을 그때쯤이면 거의 빠져 나갈 수 있을 테니, 뒤쪽으로 미끄러지는 풍경들에 손을 흔들며 가까운 해안선을 끼고 나무와 하룻밤 긴 밤 자고 있을..

여보게 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워 보지 않겠는가 이런 음악을 들으며 말일세 배경음악 / Abraxas - Moje Mantry

새벽의 약속이 없는 밤이 있다곤 생각지 않는다. 갑자기 칠흙의 어둠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더라도 반드시 그 다음을 이어 다른 돠장이 또 오고 있음을 믿을 일이다. 어둠 하나만이 다니는 그런 어둠은 있을 수가 없다. 어둠 하나만이 혼자서 다니는 그런 새다조 역사도 의심없이 믿는다. 하나의 고난이 찾아 올땐 적어도 고난의 극복이라는 과자가 함께온다. 여기서 고난의 가치가 생겨난다. 고난의 사상이, 또한 그 딘 목사이 따라 오며 생각지도 못했던 고난의 진진한 심현이 펼처진다. 고난이 낳아 주는 새 관념의 눈부신 신생아, 고난의 알몸이 산욕에 드러누워 그 분신을 분만함을 지켜 볼 일이다. 삶의 도장에서 삶의 교서에서 이 순서를 잘라 버리기만 한다면 생명의 근력과 미학은 어디에서 솟을 것인가. 조금 더 생각해 보..

사내여! (배경음악 Matthews'Southem Comfort - The Watch)

사내여,그대의 속마음을 비추는 벌거벗은 황촉 앞에, 기도가 끝난 후 빈 예배당의 쓸쓸한 제대 모습이 고요히 비쳐 오르는 기간을 나는 안다. 시든 꽃가지에서 죽음의 향기를 맡는 듯이 그처럼도 지쳐 있는 그대의 육체와 피로한 정신을 안다. 또한 혼신으로 안겨 들 수 있는 따습고 한결같은 포용에의 눈물겨운 목마름을 진정 다 알고 있다. 생명을 앓고 있는 이여,사랑을, 사랑 중에도 뼈마디마다 아파오는 비련을 앓는 이여,불로 구워서, 몇 번이라도 불로 구워서 두드려서 만드는 시련의 구리 기둥을 보아라.가시덩굴에서 피는 장미를 보아라. 눈부신 그 기쁨을 보아라. 사내여, 빛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기쁨도 많이 남아 있다 자유로운 예술심도 애무할 수 있는 상냥함도 기도의 말들도 그리고 바람과 별들과 친구들이 남아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