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11

선택, 그 끝없는 딜레마

요 몇일 내가 느끼고,듣고,바라본것은 바람과, 감나무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에 반항 하는 비닐조각의 소리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무수히 지나가는 자동차소리와, 삐그덕 거리며 흔들리는 페가 방안의 그들에 딜레마를 본것이 전부이다. 우숩게도 그 페가 앞마당엔 곱게 심어 놓은 마늘이 주인이 떠난지도 모른채 열심히 숨쉬고 있었다는거다. 오랜만에 내 여린 감상의 창문이 열린걸까. 바위를 가르고 솟는 한 줄기 단 샘처럼 세월의 이끼를 털어내고 모가지를 뽑아 올리는 젊은 초록들이 있다. 그 전날 슬픔의 음미마저 달갑고 화사하던 젊은 시절의 땀과 하늘과 그 기후가 돌아왔단 말인가. 나른한 두 팔을 길게 펴고 그 위에 땀에 젖은 얼굴을 얹어 잠시 꽃그늘에 쉬어 가고 싶은 이 늙은 사내, 어져면 저 방안의 모습은 내..

세 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5

아직 추위가 남아 글을 쓰려면 이 사내의 허리와 손이 시렵다. 언젠가 이런 글을 긁적 인적이 있다. 사랑만으로는 결코 배부르게 못해줄 지금 세상의 여자들, 그럼에도 신이 한가지만을 허락해 주신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 여자를 갖겠다. 지헤로운 한 여자를 물은 물에 합치고 불은 불과 섞이면 더 타오른다지. 생명이 은성해 지는 징후, 더 자라고 더 너그러워지고 더 밝아 진다면 주위의 모든 사람, 모든 사물, 여러 일거리, 전부의 자연물까지도 한결 뜨겁게 껴 안을 수 있고 갑절의 충실로서 베풀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느날 한 사내가 두 팔을 벌리고 겨울 바람에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이 더 많은 산으로 가는걸 보았다. 마치도 그 몸 시늉은 바람을 안아주려 가는것 같았었다. 그래 산에 바람이 많지. ..

습관처럼 비현실의 도취를 만들어 꿈꾸기를 좋아 하는 나.

죄송했습니다. 많이 굶주렸기에 그 허기에서 광란에 붙잡혔습니다. 오늘은 괜찮습니다. 바다에까지 나갔다 왔는걸요. 헌데 고요 하고, 속으로 찾아든 외롬은 아무 소리도 울려 내지 않고 울려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그 놈의 독백. 푸른 소주병 하나에 위안을 받으며 소줏잔과 이내 히히덕 거리며 어느새 독백은 주정으로 전락한다. 한 때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던 저 배가 지금은 한낯 쓰레기로 전락 하듯 말이다. 까닭없이 눈을 적신다. 감상과잉일까? 아님 미숙아라고 맥없이 자처해 버릴까? 자학에 대하여도 생각해 본다. 이 일이 자학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물어 본다. 이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삭풍속에, 머릿속은 불붙고 가슴은 얼어든다. 그놈 속의 반은 가울이고 반은 늘 봄이다 밤낮으로 낙엽이 지며 언..

생명의 斜線

돌이커 보면 정녕코 부조리의 사태뿐 우선 사람에겐 정신의 기갈보다 육체의 기갈이 한결 더 절박하며, 슬픔보다 오욕이, 오욕보다 한치 절박한 공포가, 더 강하고 몸서리쳐진다고 할 때 나는,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당신들은 그 어느쪽의 죄석에 있었는가. 내 육체는 여직껏 굷주린 일이 없다. 공복과 기갈이 그리고 혼란의 나라, 삼순구식(三旬九食) 이란 말 마저도 흔하게 쓰여 온 나라에서 내 육체는 내 육체는 한번도 굶주린 일이 없다. 내 정신도 촌각이 가파로운 불안의 밑바닥에 끌려 다니며 수모와 저항에 참담히 뇌수를 자극한 일이 없어 왔었다. 나는 삶의 준령을 모르는 사람이다. 내게 닥처온 곤혹이란 고작 감정의 용량을 흔들었던 그것이고 거기따라 높은 소리의, 얼마간 과장된 절규를 자아낸 데에 불과했었다. 반이 ..

빛과 노래와 그리고 소망 (거제도 여차에서)

어수선 하고 지리하고 그 시간이 너무 길다고 여겨진다. 인생이 또한 엄청난 누적물이라 싶어 압도될듯 놀라 버리곤 한다. 사는걸 겁내는 것도 아니건만 견딜 수 없는 공포를 삶의 그 살 냄새나는 가슴에서 때때로 느겨내는 버릇이 있다. 회의 하는것 부인하는 것만도 아니며 철학자와 같이 사색과 자성의 와중 깊이 들어가려고도 아니한다. 감상 따위야 본시 나에게 많았었지만 이젠 그것조차 거의 써 버렸다고 자처하는 이즈음에 왜 이리 손톱끝에 불이 당겨진듯 나는 목이 탈까. 문득 저 포말을 그리며 여에 자기 몸을 부딛히며 소리를 지르는 저 파도처럼 소리를 지르고 싶다. 서늘한 포말 속 깊히 내 반신을 박아 놓고 우설조차 함께 견딘다면 어떨까. 낯익은 권태, 한 잔에 술 결국 내가 본건 건조한 소리였다.